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대학입시의 3불정책, 즉 고교등급제, 본고사와 기여입학제에 관한 교육부의 불허정책에 대해서 일부 대학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3불 정책에 대한 논쟁을 부추기고 있는 대학들은 현행의 입시정책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흔쾌히 동의할 수 없는 마음이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전전긍긍하는 일부대학들의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일부대학들은 현행 수능성적 등급제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다며 갖가지 꾀를 짜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너 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5시간씩 시험을 보도록 하는 통합논술고사’,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의 심층면접’, ‘신입생 선발인원의 절반을 수능점수로만 뽑아 특정 고교출신들의 특혜선발’, ‘보이게 그리고 보이지 않게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고교 등급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일부대학들이 이런 구차한 입시안들을 내세우지 않고서도 우수 고교졸업생들을 거의 싹쓸이해가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우수 학생들을 올해부터 시행될 수능등급제로도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음은 얼마 전 실시한 모의수능시험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험에서 언어, 수리 및 외국어의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차지한 학생들이 단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수능등급제가 학생들간의 실력차이를 가늠케하는 변별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대학들은 여전히 최상위 학생들에만 집착하면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뽑아가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교육부 입시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학생선발 정책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대학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대학운영의 효과를 높이려는 속내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앞 다투어 선발하겠다는 의지에 비해, 선발한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 투자를 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 대학들이 3불 정책을 깨겠다는 불굴의 정신을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투자에 관한 교육부 기준선을 뛰어넘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신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우수한 인재들은 저절로 양성될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들이 쏟아놓은 선발정책들은 공교육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안들이다. 공교육은 대학에서 선발할 우수학생들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대학들이 갖가지 안들을 내놓으면서 이 공교육의 기초를 황폐화시키면 궁극적으로 대학들도 우수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 즉, 일부대학들이 극소수의 우수학생들만을 위한 선발정책을 제시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가져와서 우수학생들의 토대인 공교육이 무너지고, 그 결과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기에 대학의 입시정책은 공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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