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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FTA 누구를 자유롭게 하는가 - 이유선

이유선(군산대교수)

오랜 진통 끝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동의절차이다. 노무현 정부는 FTA 타결을 자신들의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을 칭찬했다. 반면 농어민과 시민단체들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반대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FTA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쟁력 없는 국내 산업들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이 두 주장은 다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나라의 경제는 발전하되, 농어업을 위시한 경쟁력 없는 산업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

 

FTA 문제는 세계화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며, 신자유주의 경제는 국경을 넘어선 무한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친다.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물음은 일종의 넌센스이며 진정한 갈등을 은폐하는 물음이다. FTA는 다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서 국민국가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오로지 시장질서에 순응해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하게 될 뿐이다.

 

문제는 FTA를 통해 실현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만큼, 정치적 자유의 영역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한 경쟁을 용인하는 시장의 자유는 수 많은 패자를 양산할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시장에서 패배한 낙오자들의 눈물과 한숨을 먹고 자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들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FTA 협상 타결은 사회의 양극화를 극단으로 몰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에 새로운 카스트 제도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는 세습되며, 가난한 자들의 신분상승은 불가능해 진다. 이미 농어민과 도시빈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

 

참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시장의 자유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자비한 자본에 의한 잔인성의 확산을 막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어 나가는 한, 제2, 제3의 FTA 협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유선(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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