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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지역방송의 존재이유 - 윤승희

윤승희(전주MBC 라디오제작부장)

지난 8일, 전주 우석대 문화관에서는 2007호남언론학회 춘계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북대 정용준 교수는 “한국의 지역방송은 최근 경제적 이익과 지역성 추구라는 공익적 목표의 틈바구니에서 자칫 존재가치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세련된 조명과 유명 스타들로 치장한 서울 방송 프로그램은 강력한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방송의 상업성이 가열되면서 방송프로그램은 한껏 치장한 채 소비자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고, 지역방송은 자본과 스타로부터 소외되어 설 자리를 찾느라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방송은 어디에서 그 존재 가치를 찾아야할 것인가? 실제로 각 지역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지역방송을 중단하고 서울 방송을 보게 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오곤 한다.특히 청소년 대상 연예인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는 무척 거세서 간혹 지역특집방송을 위해 그 시간대에 지역프로를 편성했다가 시청자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를 때도 있다.

 

그러나, 서울방송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 코 앞까지 다가서는 일이다. 그래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함께 웃고 울면서 마주보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할 때 비로소 지역방송은 제자리를 확보하게 될 것이리라.

 

지난 토요일 , 전주월트컵컨벤션 웨딩센터에서는 전주mbc에서 주최하는 “미고사결혼식”열렸다. “미고사결혼식”은 올해 아홉번째 열리는 행사로 전주 mbc 여성시대에 부부 두 사람이 살아온 사연과 더불어 “미고사결혼예식”이 그 가정에 어떤 의미인지를 편지로 보내오면 몇 가정을 선정해 결혼예식을 올리는 행사이다.

 

가난 속에서 동생들을 가르치려 서울로 가 공장 생활을 하다 결혼해 열심히 살았건만 좀 살만해지자 남편의 외도로 결국 혼자몸으로 귀향할 수 밖에 없던 한 여인이 비로소 고향에서 마음 따뜻한 남자를 만나 너무도 고맙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남편에게 뭔가 마음을 표시하고 싶어서 결혼예식을 신청한다는 40대 아줌마의 사연부터,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아오신 60대 어머님의 가장 큰 소원이 결혼예식을 제대로 올리는 것이라며 어머님의 구비구비 인생살이를 적어보낸 어느 아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연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놀러간 이웃집에서 그집 결혼사진이 사진관에서 얼굴만 입혀 복사해 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웃을 대신해 신청해준 경우도 있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편지를 써 보낸 경우도 있다.

 

이날 결혼식은 이미 결혼생활을 해온 가정들이라 자녀들, 손자, 손녀들이 하객으로 자리하고, 그 자녀들이 부모의 결혼예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친구와 이웃들은 춤을 추며 맘껏 박수쳤던 즐거운 예식이었다. 다른 예식을 보러온 하객들도 이 색다른 결혼식에 유쾌하게 웃었고, 식장 옆에 딸린 부페의 종업원들도 일손을 멈추고 구경하러 나왔으며, 지나는 다른 하객들도 호기심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그자리에서 우리가 다같이 생각한 것은 ‘복병 많은 인생길에 때로 다치고 때로 넘어지더라도 이렇게 함께 있으니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역방송의 존재이유는 바로 지역민의 웃음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경제, 지역사회 지역교육, 각 방면에서 지역민을 맘껏, 웃게 할 수 있다면 지역방송은 분명 존재할 필요가 있다. 경제도 자본도, 문화도, 모든 것이 중앙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지역민을 위한 제도, 정책, 문화, 인프라 등은 매일매일 목이 쉬도록 외쳐도 충분하지 않다. 서울 근교의 신도시 땅값이 어쩌고 하는 뉴스 대신에 평생 살아도 별로 값이 오르지 않는 이 땅을 그저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들이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가 사랑하는 곳,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때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헌신을 경험하며 살기를, 그리고 지역방송이 그 촉매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윤승희(전주MBC 라디오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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