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지니스 대표)
3백년간 5호 16국과 남북조로 분열되었던 중국을 통일하고 등장한 수나라는 당시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 물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송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고대사회에서 물자 생산과 이의 원활한 수송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활동이었다. 중국은 크게 하북, 중원, 하남으로 나뉘는데, 가장 큰 땅인 하북은 중원과 하남에 비해 곡물 생산은 부족하였지만 축산물이 남아돌았다. 통일 왕조 수립으로 광활한 중국 영토를 통치해야 했던 수나라는 육로를 통한 화물 수송만으로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물류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육로 운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나라는 중국의 남북을 내륙으로 연결하는 대운하를 건설하게 된다. 후대의 중국 사가들이 중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수나라 때 건설된 내륙 대운하를 주저 없이 꼽을 정도로 중국 내륙 대운하는 화물수송로의 새로운 장을 연 대사건이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수많은 내륙 운하가 건설되어 자국의 물질문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증기기관이 발견되기 전 동물이나 사람의 힘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해야 했던 인류에게 대량의 화물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내륙 운하는 국가의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했던 최첨단 운송수단이었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생활방식을 끊임없이 바꾸어 왔다. 특히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인류 생활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면서 내륙 운하에 의한 화물수송은 육로수송에 그 화려한 자리를 다시 넘겨주게 된다. 물론 내륙 운하를 이용한 화물수송이 육로수송에 비해 운송비용 자체는 약간 저렴하다. 하지만 내륙운하가 고대부터 발달한 유럽과 중국에서도 내륙 운하가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시간이라는 기회비용 때문이다. 분초를 다투는 현대 기업 활동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면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에 엄청난 손실이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갈수록 낮아지는 운하이용률 문제로 인해 유럽의 운하관리국에서는 내륙 운하를 관광 목적으로까지도 활용하면서 운하 관리 비용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익성 확보에 큰 도움이 못되고 있는 중이다.
대선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요즈음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에게서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현재 여러 대선 공약 중 내가 가장 공감하기 힘든 것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전에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한 대선후보는 최소한 인천과 목포사이의 화물 수송 현황을 따져 보기 바란다. 인천과 목포의 경우 거대한 화물선이 아무런 장애도 없이 바다를 통해 직선거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내륙 대운하 건설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해양수송이 육로수송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인천과 목포의 화물은 시간이라는 기회비용 때문에 해양보다는 육로를 통해 99% 이상 수송되고 있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사이에 둔 한국과 미국의 경우 선박을 통한 해양수송보다는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수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세계 어느 나라도 국토를 종단하는 내륙 운하를 건설한 적이 없다. 더욱이 평지가 아닌 태백산맥을 절단 내고 물길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유지비용과 역방향 물길을 통과하기 위해 각 갑문에서 화물선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과연 어느 기업에서 운하를 이용할 것인지 매우 의심이 간다.
증기 기관이 발명되면서 이제 내륙 운하는 인류의 옛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부산과 서울 사이의 화물 운송이 정말로 문제라면 부산과 서울 사이의 철도노선을 직선화시켜 화물 기차의 운행속도를 현재에 비해 1.5배 정도만 높이면, 서울과 부산사이의 화물 수송의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현실 감각에 어두운 폴리페서들의 몽상적 아이디어를 물불 안 가리는 추진력으로 무장된 대통령이 밀어부처 발생할 재앙에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이제라도 21세기 사회에 맞는 비전을 대통령 후보들이 제시하기를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으로 기대해 본다.
/김현진(지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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