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곤(농협대학장)
얼마 전 어느 중앙일간지에 ‘신토불이는 사기’라는 취지의 칼럼이 나왔다. 그 글은 신토불이를 국산 농산물 보호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본다. 시장개방으로 밀려들어올 수입농산물을 막아내려는 주문(呪文)이 신토불이이며. 절반의 애국심과 절반의 웰빙 바람을 타고 이 ‘집단주술’이 먹혀들었지만 국민들은 국제시세보다 몇 배나 비싼 쌀과 한우고기를 사 먹어야 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국산 농산물을 먹지 못하는 해외 동포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없지 않으냐고 주장하면서 “알고 보니 신토불이는 사기였다. 처음부터 말이 안됐다”고 단정 짓는다. 나아가 국산 농축산물의 농약과 항생제 사용에 대한 지적을 겻들이면서 자유무역협정시대의 도래와 함께 신토불이는 종언을 고했다고 선언한다.
네티즌들은 이 글에 열띤 반응을 보였다. 이틀 동안에 45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들 댓글에 대한 찬성과 반대표시도 활발했다. ‘용기 있는 글이다’, ‘구구절절 맞다’, ‘오래 만에 시원한 글이다’등의 댓글에 대한 지지는 압도적이었고, ‘농민들의 마지막 몸부림인 신토불이를 폄하’한다거나 ‘국산농산물을 모욕’하는 글 또는 ‘너무 과도한 논리’라는 취지의 댓글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냉랭했다.
필자는 착잡해졌다. 논리적 또는 과학적인 측면에서의 찬반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우선 떠오른 것은 그동안 신토불이를 주장하고 이에 공감해 온 많은 국민들이 사기꾼이거나 사기꾼에게 넘어간 바보들인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잠시. 우리 농업부문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지는 징후로 느껴지면서 하나의 엄중한 경고로 다가왔다. 그동안 배일호의 신토불이 노래가 사랑을 받은 데서 나타나듯 많은 국민들의 정서는 신토불이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믿어졌다. 생물학적 의학적 근거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 농산물애용’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과격하고 직설적인 표현의 그 글을 쓴 사람도, 그 글에 공감하는 네티즌들도 모두 우리 국민이고 소비자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그런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며,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지 모른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이르자 팽팽한 긴장감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 14세 이하 국민 약9백만명 가운데 겨우 30만명정도가 농가인구인데 이들이 성인이 되고 사회의 주도층이 될 때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산물에 대한 국민정서가 예전과 같을 것인가.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주장과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마음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야 한다. 이제 식품위생과 안전성, 맛과 품질, 효율성과 투명성, 시장친화와 환경친화 등에 더 높은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각종 농업관련 기관 단체의 정책이나 예산집행도 그렇고 농민운동을 포함한 NGO활동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쟁은 소비자가 지갑의 돈을 꺼내 표를 찍는 인기투표다. 소비자로부터 과도한 정치논리나 집단이기주의로 오해받기 쉬운 주장이나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 그래야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우리 국민의 따뜻한 애정과 애틋한 향수를 붙잡아 둘 수 있고, 생산자·소비자에게 꼭 같이 유익한 신토불이를 이어나갈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언제나 왕이니까.
/고영곤(농협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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