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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 - 구자인

구자인(진안 마을만들기 팀장)

세상흐름에 몸을 맡겨 급한 일에 쫓겨 살다 보면 정작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열심히 땅만 파고 있으면 그것이 자기 무덤이 되는 세상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자기중심이 있어야 한다. ‘일만 하면 소’가 되기 십상이다.

 

최근 들어 지역에서 주민 교육이 아주 많아졌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무슨 감투라도 쓰고 있는 사람들은 귀찮을 정도라고 아우성이다. 교육 자체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닌데 왜 환영받지 못하고 효과도 없을까?

 

이것은 교육주제가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비슷비슷하다는 점, 교육방법론이 너무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이라는 점,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준비된 강사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이 중첩된 결과로 보인다. 또 주민들이 교육받을 마음의 자세도 부족하고, 대부분 공짜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교육과잉이란 표현도 있고 귀찮다는 불만도 나온다.

 

사실 교육과 학습은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누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의미가 강하다면 학습은 말 그래도 스스로 ‘배우고 익힌다’는 주체성이 강조되는 용어다. 현재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발적 학습운동이다.

 

몇 년 전부터 전북도에서 시작한 학습동아리 공모사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목적의식을 가진 그룹이 모여 스스로 학습활동을 하고자 할 때 필요한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자는 취지이다. 진안군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적극 추진중에 있다.

 

앞으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학습운동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사람 수는 열 명 내외로 소인수가 좋고, 지원예산은 1백만원 내외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학습활동이 많아지면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지역의 역량도 강화된다. 학습활동을 통해 훈련된 인재가 많고 그러한 학습문화 풍토가 정착되고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깊은 지역사회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물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 아무리 학습이 중요하다 해도 손발의 노력과 땀이 없으면 관념적으로 흐르기 쉽다. 땀으로 익힌 기술은 평생을 가고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기반이 된다. 대신 학습은 역사에서 배우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며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있는 지혜를 준다.

 

겨울철이란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몸을 쉬게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일할 때 일하고 공부할 때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학습으로 무장되고 실천력을 겸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많은 지역사회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이번 겨울을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절로 만들어 보자.

 

구자인 박사(42세)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도시환경문제와 마을만들기를 조사, 분석했다. 1998년 일본에서 6년여간 농촌마을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자인(진안 마을만들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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