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지원실장)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젊었을 때 일이다. 한 때 그는 인천 부둣가에서 막노동자로 일했는데, 매우 가난해서 노동자 합숙소에서 다른 막노동자들과 함께 잠을 자곤 했다.
자연 불편하고 힘든 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밤에 잠을 자려고 할 때면 나타나 괴롭히는 빈대들이었다. 처음엔 불을 켜고 잡아도 봤지만, 모든 빈대들을 다 잡을 수는 없었기에 별 소용이 없었다.
궁리 끝에 그는 긴 나무탁자를 만들어 그 위에서 자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빈대들은 나무탁자 다리를 타고 올라와 그를 물어 뜯었다. 오기가 난 그는 이번에는 세숫대야 같은 그릇 4개를 구해다가 물을 가득 채운 다음, 나무탁자 다리를 하나씩 담궈 놓았다. 빈대들이 물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잠을 자다 보니 또 다시 빈대들이 그의 몸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궁금해 불을 켜고 살펴보니 빈대들은 벽을 타고 천장으로 기어 올라간 뒤, 그를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이를 보며 그는 큰 감명을 받았다. 미물인 빈대조차 지혜와 힘을 다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사람이 그보다 못해서야 되겠냐는 생각이었다. 그 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예의 빈대를 생각했다. 부하 직원들이 “그건 안 된다”, “불가능하다”고 지레 겁먹고 고개를 가로저을 때면 “이 빈대만도 못한 놈아! 당신, 해봤어?” 하고 호통을 쳐가며 말이다.
이것은 현대가(家)를 꿰뚫는 전통이 됐다. 현대 앞에 안 되거나 불가능한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한 과거 서산 간척지 물막이공사를 훗날 정주영공법이라 명명된 폐유조선공법을 창안해 성공시킨 것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 말했던 자동차 부문 글로벌 Top-5 목표를 향해서도 현재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게 단적인 한 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이 같은 모습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비해 학력이라든가 머리 속에 담은 지식 등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지만, 예의 빈대와 같은 목표 지향성이나 승부 근성은 크게 떨어진다고나 할까.
안 되거나 불가능한 일이란 애당초 이 세상에 없다. “당신, 해봤어?”라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입버릇처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 먹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되는 방법을 찾고, 불가능하다 말하기 전에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다면 이 세상엔 안 되는 일도, 불가능도 없을 것이다.
만일 안 되거나 불가능하다 느껴지는 일이 있다면 ‘빈대의 교훈’을 생각하자. 명색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탈을 쓰고서 빈대만도 못하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빈대란?
몸길이 6.5∼9mm이고, 몸빛깔은 대개 갈색이다. 사람, 동물 등의 피부를 뚫고 그 피를 빨아먹는다. 밤에 주로 활동하며, 물리면 가려움을 느끼게 한다. 50~60년대와 그 이전 가난했던 시절엔 집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생활 환경이 청결해지면서 지금은 볼 수 없는 해충이 되었다. 세계 공통종이다.
/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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