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이사)
사내 교육이나 워크숍 같은 게 있을 때마다 우리 회사 경영진들이 임직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다.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생산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개발비가 소요되며 적정수준 이상의 생산량 규모를 유지하고 생산비용 절감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산량 증가로 나타나는 생산비용이 감소되는 효과를 이른바 규모의 경제라고 하며 특히 산업 전반에 파급이 큰 자동차 부문에서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자동차산업은 장치산업이다. 장치산업이란 제품 생산을 위해 거대한 설비와 각종 장치를 필요로 하는 산업을 통칭하는 것으로,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와 인건비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1조 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곳에서 각각 연간 10만 대와 20만 대의 차를 만드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투자비는 똑같이 1조원이고 생산대수는 2배 차이가 나므로 20만대를 만들 경우 투자대비 생산비용은 10만 대를 만들 때보다 50%나 절감을 할 수 있다. 100원 들 것을 50원만 들여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 예로 자동차공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각각 1조 원씩을 투자한 2개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A라는 회사는 이 공장에서 연간 10만 대씩의 차를 생산하고, B라는 회사는 20만 대씩 생산을 한다고 하자. 이 경우 A라는 회사는 B라는 회사보다 2배나 되는 투자비 부담을 안아야만 한다. 자연히 생산원가는 높아지게 되고, 경쟁력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더해 A라는 회사가 만드는 차는 대당 1천만 원 정도 하는 값싼 제품이고, B라는 회사가 만드는 차는 대당 3천만 원 정도 하는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라고 하면 그 결과는 더 심각해진다. 즉, 이미 가격경쟁력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아울러 생산대수 면에서 이미 투자비 대비 2배나 경쟁력 차이가 나는 데다 다시 브랜드파워 면에서 3배나 되는 경쟁력 차이가 더해져 경쟁력의 격차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2배만 해도 치열하기 그지없는 시장경쟁 속에서는 따라잡기 힘든 차이인데, 그 몇 배쯤 되면 따라잡는다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좋을 정도다.
우리 회사 경영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장치산업 특성상 이미 도요타 같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업체들과 거의 똑 같은 투자비를 들여 공장을 지어놓은 현 상태에서 생산성이 그들보다 떨어진다면,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이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을 많이 내는 것이다. 이윤을 많이 내서 구성원들에게 분배하고, 복지향상과 미래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며, 더불어 투자자들에게는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투자와 신뢰를 이끌어 내어 기업을 더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은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브랜드파워 등 모든 면에서 한 발 앞서나가는 경쟁사가 똑 같은 돈을 투자해 더 많은 차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보유하고 있는 생산능력에조차 못 미치는 생산성을 기록한대서야 경쟁은 고사하고 어떻게 살아남기를 바라겠는가.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은 선발업체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점점 규모의 경제 실현 쪽으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생산성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이제 선택이 아닌 최후의 생존전략이다.
/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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