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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아이디어 남발시대 - 구자인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지역 현장에 있다 보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면 꼭 성공한다는 제안을 많이 듣게 된다. 이런 주장은 대학 교수님이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서도 자주 듣게 된다. 제안하는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대형 프로젝트나 새로운 작목인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TV나 신문,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그런 제안 자체가 의미 없다고 부정할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아이디어 빈곤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룻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뒤지면 아이디어란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듣거나 단편적으로 본 것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아니면 어느 지역에나 적용 가능한 것들이다.

 

일부에서는 아이디어란 것이 원래 그렇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문가나 자문위원들은 역할분담론을 주장하며 최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현장의 공무원이나 주민의 역할로 돌리고 만다. 스스로는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잘못되면 실천해야 할 사람들을 탓한다.

 

가끔씩은 거창한 사업계획서 같은 것을 들고 행정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지역 현실을 한탄하고 행정을 비판하는 주장에는 공감하는 내용도 있고 타당한 측면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책임지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끈기 있게 실천을 반복하지 않는 분들의 허세로 느껴진다.

 

우리 모두는 지역을 ‘한방’에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한다. 가공되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급조된 도시화와 미성숙한 지방자치로 인해 미래가 예측되지 않는, 그래서 합리적 계획을 세우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제기하는 아이디어와 전체(구조)와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해 없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부분을 해결해도 다시 악순환이 반복된다. 구조를 이해해야 단계적 전략이 생기는 셈이다.

 

둘째, 아이디어를 숙성시켜가는 풍토(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과 합의가 없는 문화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처음에는 미숙해도 토론을 거듭하면서 내용이 깊어진다. 더불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 전체의 총체적 역량도 강화된다.

 

셋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갈 수 있는 사람(조직)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기되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추진주체에 대한 고민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지역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할수록 사람의 중요성에 더욱 눈뜨게 될 것이다.

 

결국 성공의 열매까지 맺게 되는 아이디어는 풍요로운 문화적 풍토에서 배양되어 문제의식을 가진 현장 그룹이 치밀하게 노력한 결과물인 셈이다. 정부가 바뀌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계획이나 사업,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지역 현장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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