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문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품셈이다. 품셈은 일정량의 일(건설공사)을 하는데 필요한 인력의 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사비 산정의 중요한 기준이다.
과거 관 발주 공사의 공사비는 현실과 동떨어진 산정기준에 의해 산출되었다. 건설현장에서는 잡부의 일당이 5만원씩 지급되고 있는데 정부 노임단가는 1만5-6천원으로 책정된 반면 이들이 하루에 해야할 일의 양은 실제 하는 양보다 3분의 1정도로 적게 잡혀 있는 식이었다. 결과적으로 한 명의 인부가 정부 표준품셈상 2-3일분의 일을 하루에 해치우고 정부노임단가 기준의 2-3일분 임금을 받아 가는 이상한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어왔던 것이다.(아마 임금상승억제를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의 결과물일 것이다)
일반인들이 언뜻 보기에는 그게 그것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날로 투명해지는 공사비정산 방식과 고용보험 등 4대보험료 산정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과거 건설회사 경리직원은 막도장이라고 불리는 나무도장을 자루에 가득 넣어두고 30일 일한 노무자가 90일 내지 100여일씩 일한 것으로 장부를 조작(?)하여 세무신고를 하고 심지어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장을 도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하지만 요즘은 전산시스템의 발달로 근로자 개인의 근로일수와 임금지급 실태가 낱낱이 파악되어 과거처럼 장부를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임단가를 단계적으로 현실화시키는 한편 표준품셈의 개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개정작업을 통해 확정한 2008년도 표준품셈중 일부공정의 소요인력수가 2007년도에 비해 80%가량 삭감되는 일이 발생하자 관련업계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전체 전문건설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련업계에서는 소요인력수를 현실화하려면 노임단가처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되 하루단위로 지급되는 인건비나 장비임대료도 같이 현실화해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현장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설계로 시공여건이 좋은 공사는 이윤이 많고 그렇지 않은 공사는 손해가나는 불합리한 결과도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깍을 것만 깍고 올려줄 것은 안올려주면 결과적으로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제2의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붕괴 등과 같은 재난발생 위험에 전국민을 노출시키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련업계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동네슈퍼나 김밥집에서는 단돈 몇천원도 현금영수증발급이나 카드결제를 하도록 하면서 정작 수백, 수천만원짜리 자동차구입비, 변호사수임료, 성형수술비 등은 제외시키거나 묵인하는 나라, 영세자영업자에게는 위반과태료를 물리면서도 세금은 현금으로 받는 나라, 이런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다. 개선이든, 개혁이든 국민들이 못 느끼는 가운데 살기 좋아지는 나라, 변화에 대한 장기적 예측이 가능하고 대비할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가 좋은 나라다.
관련 부처에서는 품셈의 현실화만 고집할게 아니라 과거 건설공사 설계시 누락됐던 부분은 없는지 현장여건에 따른 차등적용의 기준은 명확히 마련됐는지 품셈개정과 동시에 입찰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볼 필요성은 없는지를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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