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이사)
최근 일본의 도요타 등이 프리우스, 캠리 등 중저가 차종을 앞세워 한국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는 소식이 신문 경제면을 연일 수놓고 있다. 이러다간 국내 도로가 수입차 천지가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벌써부터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업계에서 수십 년을 일해 온 경험에 비춰볼 때 아닌 게 아니라 이 같은 수입차의 국내 시장 본격 공략 움직임은 분명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과거처럼 엔 유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같으면 가격 경쟁력으로 충분히 맞설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으니 더 한층 그렇다.
더군다나 국내 자동차산업은 원가부문과 생산성 부문 마저 세계 유수의 선진업체들에게 뒤처져 있는 상태이다. 더 이상 값 싼 차만을 만들어 경쟁하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이다.
예컨대,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크게 좁혀졌다.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초반 기선 제압을 통한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그동안 축적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가격 공세를 펼쳐올 경우 적지않은 타격이 우려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수입차의 국내시장에 대한 공습이 마냥 위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거 국내 가전업계의 사례에 비춰보면 이는 오히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가전업계는 일제 워크맨 등에 밀려 경쟁부문에선 안방 시장을 통째로 내주다시피 했었지만, 안방마저 내주고 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위기 의식 아래 안간힘을 다한 결과 결국 승리하고야 말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얻은 경쟁력과 자신감을 발판으로 세계시장에서 '전자제품 하면 일제'라는 그동안의 고정관념까지 잠재워 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에 비춰보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훨씬 희망적이다. 과거 일제 전자제품들이 우리나라 안방 시장을 뒤흔들 때 국내 가전업계가 보유했던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경쟁력이 어른과 아이만큼이나 키 차이가 났었다면, 지금의 수입차와 국산 차간 키 차이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세계 선진 자동차회사 브랜드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쟁력 수준으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후방 연관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외국 자동차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몇몇 국내 자동차 기업들에만 피해가 미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수입차의 위협은 희망과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이처럼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는 만큼, 가전부문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을 넘어 세계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우뚝설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국내 자동차회사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뼈 아픈 자기반성과 내실을 다지는 경쟁력 확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산차가 일본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는 그날을 위해서라도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동희(현대차 전주공장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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