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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겉치레식 생태체험 그만하자 - 유혜숙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최근 농사체험, 생태체험이 새로운 트랜드가 되었다. 농촌체험마을, 아토피 체험마을, 시골집에서 놀기 등 대한민국 시골 곳곳마다에 새 바람이 거세다. 개발로 숨 가쁜 현대사회에서 한 발짝 물러선 시골에서 느림과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자 함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과하면 탈이 난다고 한다. 며칠 전 모 대학에서 열린 유치원 아이들 모내기 체험활동을 보고 더 이상 이건 아니지 싶었다. 지름 1m정도의 크고 둥근 함지박에 흙과 물을 채우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둘러 앉아 모를 심고 있었다. 그 작업이 도대체 뭔지나 알고 하는 건지, 꽂아놓으면 그냥 쌀이 되어 나온다는 것으로 알지 않을까. 이리 쉽고 만만한 것이 농사라고 생각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왜 그런 몽매한 체험을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하는지 답답하다.

 

얼마 전 무슨무슨 환경 축제 체험 부스에서 작은 통에다 물고기 한 마리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받아들고 나가더니 저만큼도 가기 전에 물 쪼~옥 따라버리고 손바닥에 그 작은 물고기를 올려놓고 누구 것이 세게 퍼덕거리나 오래 살아있나 내기를 하고 있었다. 차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목격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누에, 사슴벌레 심지어 올챙이며 병아리까지를 일일이 통에 담아 나눠주고 키우며 관찰하는 것이다. 일명 '생태교육'을 진행하는 것인데, 월별로 계속 나눠주는 것을 아이들은 새로운 장난감 보듯 가져가 키우고 죽이고를 역시 월마다 반복하고 있다. 생명의 경외감은커녕 그 생명체가 죽는 것을 기계 고장 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한다. 그러고도 모두들 태연하게 자연에 대한 학습활동을 성실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니 실은 이것이 섬뜩하다.

 

나는 어느새 10년 넘게 유치원 아이들과 밭농사, 논농사를 하고 있다. 땅콩, 고구마 등을 심어놓고 아이들과 함께 비 내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기뻐했던 일, 잡초에 두 손 들고 항복해버린 일, 유난한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이 안타까워 바가지를 들고 시냇물과 밭 사이를 부리나케 오가던 일, 이것은 모두 아이들이 하나의 생명체와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체험을 거친 아이들은 그림일기에는 세상에 더없이 귀하고 값진 말들을 쏟아낸다. "우리는 일하다가 쉬고 냇가에서 놀기도 하는데 농부 아저씨는 계속 안 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만 하신다. 농부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그러니까 우리는 밥 먹을 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 먹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산교육이고 체험의 마술이다.

 

물론 우리는 벼농사 지을 때 볍씨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모판 나르기, 모내기.벼베기, 도정하여 밥 지어 먹기까지를 힘들게 땀 흘려 체험한다. 밭농사 또한 마찬가지다. 체험은 이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가 얻고자 하는 귀한 것들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판화가 이철수님을 좋아한다. 짧은 글귀에 때마다 공감하고 감동한다. "우리 집에 물고기 기르지 않는다. 냇가에 나가서 본다." 농촌체험과 생태체험 바르게 해야 한다. 이마저도 재미삼아, 겉치레로 해서는 안 된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듯 처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걸 알리고,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게 하자. 그것이 감히 그것이 교육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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