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순열(전북대 교수)
연일 멜라민 파문이다. 국내 제과업체의 과자에 이어 양식용 물고기 사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파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즈음 식품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중국에서 생산한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발표이후 과자업체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그 반면에 국내 분유업체는 그야말로 중국수출로 매출이 급격히 신장했다. 저승사자 앞에 업계는 이른바 초긴장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식품 전체를 믿으려 하지 않으며, 정부의 식품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랬듯이 정책 당국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 책임 회피로 일관된 식품안전 사고
지난 9월 11일 중국에서 멜라민 환자가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때 식약청은 해당중국분유 업체 제품은 수입된 적이 없고 '우리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는 핑계로 일관하였다. 5일 뒤 대만의 음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때서야 조사에 착수하고 2주 뒤에야 관련제품을 회수하였다. 또한 9월 말에는 불과 나흘 전에 적합하다고 했던 동서식품의 '리츠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에서는 쌀 파문 당시 책임회피에 급급하던 농림수산성 장관이 끝내 사임한 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안전업무는 5개 부처 26개 법률로 분산, 관리되고 있다. 1차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담당하고 있으나 가공 유통부분은 축산물을 담당하고 있는 농식품부와 농수산식품을 담당하고 식약청으로 나누어져 있다. 마지막 식당, 백화점 등 최종 소비단계에서는 식약청이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 원산지 단속만 하더라도 곡물은 농산물 품질 관리원, 한약재와 수산물은 지자체, 채소류는 단속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멜라민 성분함유 과자류가 어디에 얼마나 유통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이를 단속할 식품위생공무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얼마나 되고 어떻게 되었는지도 도대체 알 수 없다.
어떤 상품이던지 소비자에게 안전해야한다. 안전하지 않는 식품은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공급하는 기업을 도산하고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른바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와 상품의 제조 현장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배제된다. 결국 소비자와 제조업자와의 사이에 정보의 불평등성이 커가고 있다.
오늘날 식품경제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보다 더 나은 경제구성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시장 메커니즘만이 결코 '만능'은 아니다. 시장 메커니즘은 한계도 있고 결함도 있다. 그러한 한계나 결함을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특히 식품의 안전은 직접 사람의 생명에 관계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입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수출입에서 안전여부를 체크하는 것은 역시 정부의 중요한 책임이다. 수입식품의 안전성검사에는 인력이나 비용,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자유무역의 장애물'로 보고 검사수속의 간소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식품의 결함은 생명에 관계되기 때문에 검사에 해당하는 정부기관의 책임은 중대한 것이다.
▲ 식품안전관리를 일원화해야
10여전부터 정치권에서도 식품안전업무를 일원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식품안전업무를 생산부처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처간의 힘겨루기로 일원화문제가 다시 재기되고 있다.
식품산업진흥과 안전관리업무를 이원화할 경우 관리를 더욱 소홀하고 업무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어느 단계에서 식품안전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역추적하여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떠한 정치 논리보다 우선한다. 식품 수도를 꿈꾸는 전라북도가 유념해야 할 문제이다.
/소순열(전북대 교수)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