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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부족한 '2 pro' 정신 - 김은미

김은미(전북대 교수)

미국 유학시절 땅을 치며 엉엉 울고 싶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덩치 큰 회전 의자 겨우 조립했는데 마지막 나사가 맞지 않아 풀어 헤쳐야 했던 때이다. 105층 쌍둥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 나 계단으로 올라올라 겨우 도착했더니 여기가 아닌가벼어 할 때의 그 엄청난 기분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홀홀 단신 머나먼 이국땅에서 마님 하고 불러주는 돌쇠 하나 없이 의자며 책상이며 하나씩 장만할라치면 조립 부품들로 가득 찬 무겁고 커다란 박스를 이고 지고 직접 배달해야 했다. 겨우 완성했는가 싶었는데 그 조그맣고 볼품없는 불량 나사 하나 때문에 같은 고생을 한번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 보시라…..누구든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아 울고만 싶어질 것이다.

 

미용실에 갈 때 참 고민스럽다.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어도 뛰어난 미모의 황신혜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헤어 스타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용실은 많지만 믿음이 가는 곳은 많지 않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을 때 서비스료를 좀 비싸게 요구하더라도 완벽하게 수리해 내는 정비소가 많았으면 좋겠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 한번에 수리해내는 기사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몸이 아플 때 모든 의사분들이 정확히 병의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전문교육을 받았을 텐데 어찌하여 누구는 프로(pro)이고 누구는 어설픈 아마추어(amateur)에 머무르는 것일까? 혹 공부를 못했을까?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일부 게으른 학생들은 점수를 공짜로 먹으려 한다. 정말 얄밉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듯싶다. 나사를 만들 줄 모른다면 아예 취업을 할 수 없었겠지? 그럼 혹시 마음속에 악마가 똬리고 있는 것일까? 누군지 몰라도 막판에 골탕 한번 먹어봐라 하는….설마 그건 더 아닐테고….프로(pro)정신의 결여이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최고를 만들어 내려는 프로정신…일본인 성향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메이드인 저팬은 음식이건, 물건이건 100% 신뢰할 수 있다. 왠지 고객을 대충 대접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제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한다고 들었다. 그런 교육이 오랜 시간을 거쳐 모든 일에 철저함을 기하려는 일본민족성을 이루어 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버스로 3시간만 달리면 도착하는 서울에만 가도 사람들의 서비스며 일부이지만 물건의 질도 다르다. 남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중국의 멜라민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역시 프로정신의 결여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프로라면 이윤 좀 올리자고 나의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제품에 장난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 국경선이 거의 무너진 요즘엔 나의 프로정신이 지구촌 사람을 해칠 수도 살찌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덤으로, 한 포털 사이트를 뒤적여 보니 남자, 여자가 섹시해 보일 때의 2위가 각각 소매를 걷고 무언가 집중할 때와 치마를 입고 무언가 집중할 때란다. 오늘은 어떤 치마를 입고 연구에 집중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겠다.

 

/김은미(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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