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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저비용 환경기술 얕보면 안된다 - 곽동희

곽동희(서남대 교수)

며칠전 우리나라 KOSPI 지수 1000이 붕괴되었다. 설마 하던 모든 우려를 넘어섰고, 기대하던 모든 지지선이 무너졌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IMF 당시보다도, IT버블이 붕괴하던 때보다도, 카드채 대란이 발생했을 당시보다도 훨씬 싸늘하다.

 

이러한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폭락을 불러온 원흉은 높은 리스크를 '고수익'이란 유혹의 독침으로 우리들의 판단을 마비시킨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이라고 알려졌다. 이들은 첨단 금융산업의 신상품이란 이미지로 포장되어 다양한 종류의 펀드로 불티나게 팔렸었다. 그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괴물상품'에 현혹되었던 상품을 다시 뜯어보니, 리스크는 이중삼중으로 불어나 있고, 첨단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더 매혹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품의 폐해에 지금 전 세계 투자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

 

요즈음 미국식 거품경제의 몰락으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진 금융시장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큰 강도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환경산업에도 큰 줄기가 바뀔 정도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물론 이번 금융위기 여파와 더불어 화석연료의 수급과 비용문제에도 민감하게 연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EU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져 온 저탄소 산업이 아직 수익구조 전망이 확실치 않아 주춤하게 되고, 특허권과 판매, A/S체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첨단 환경기술도 그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쩌면 환경산업에 있어서, 복잡한 설비와 높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고비용 고효율식 첨단 기술이 금융시장의 파생상품과 유사할 것이고, 저비용 저효율의 전통적 환경기술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은행예금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패닉을 유발한 펀드시장처럼, 환경산업에서도 최근 몇 년간 수익구조가 불확실한 탄소산업, 고비용 고효율의 복잡한 처리기술이 많은 기업들뿐 아니라 학계, 관계기관 종사자들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이 시점에서 환경산업도 그동안 부풀려진 거품이나 첨단이란 이름으로 과대 포장되어 실제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기술에 과다하게 투자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국내의 환경산업은 기술개발측면에서 거의 정점에 다다르고 있고 SOC 형태의 환경기초시설도 건설 수요처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렇게 시장이 크게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비용이 뒤따르는 고효율 기술개발과 수익성이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저탄소기술에 지나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국가예산을 들여서 연구개발한 환경기술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으며 주변국가에 수출한 예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의 실정을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환경시설이 효과적으로 운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시설 운영자의 기술수준도 부족하고, 시설의 효율도 목표값에 이르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전통적 환경시설에 대한 내실을 채 다지기 전에 유행처럼 번지는 신기술에 현혹되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만 커져 있다.

 

환경시장과 환경산업은 실제적으로 국가주도로 이루어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내부에 부실이나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첨단화와 세계화라는 유혹에 이끌려, 저비용과 저효율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국토전반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환경기초시설과 전통적 환경기술이 등한시되어 균열이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곽동희(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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