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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오직 나를 사랑하리라 - 김은미

김은미(전북대 교수)

우리 부부는 서로가 참 많이 다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옷차림에 대한 취향은 거의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다. 나는 가능한 젊고 개성 있는 그리고 다양한 옷차림을 추구하는 반면 남편은 될 수 있으면 나이 들고 평범하며 동일한 패턴의 옷차림을 선호한다. 나의 패션감각이 남편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내가 남편을 위하여 준비하는 옷들은 다양하고 젊은 취향이다. 물론 남편하고 어울리는 한도 내에서만 욕심을 부린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옷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쩌고 한마디 하면 다신 그 옷을 입으려 들지 않는다. 옷은 남을 위해 입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며 입어야 한다나 어쩐다나..무슨 유명스타의 팬 서비스라도 된단 말인가…반면 나는 나를 위해 옷을 입는다, 현재 내 기분에 맞춰서 혹은 내가 희망하는 분위기에 맞추어서. '나만의 나'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한 방법이다. 남편이 이타적인 것일까, 아님 내가 자기중심적인 것일까?

 

몇 일전 이정숙 시인이 낭송했던 그녀의 자작시가 생각난다. "이제 나는 어딜 가든 나를 놓지 않으리라/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을 것이며/내 몫의 운명에 기대어/지구의 별을 폼 나게 순회하리라…/내가 왔던 길을 후회하지 않으며/가야 하는 내일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리라…/할 일 없는 사람처럼/ 오직 나를 사랑하리라/온전치 못함을 질책하기보다/어리석은 자의 행복을 누리리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존재의 법칙에 순응하리라.."

 

학생신분을 벗어나 독립적 개체로 사회에 데뷔하면서부터 겪는 어려움중의 하나가 '억울한 상황' 이다. 의도하지 않았고 실제 행하지도 않았던 일로, 심지어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일로 누명을 쓰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되어 나 몰래 뒤에서들 수근수근 심판을 받은 일이 몇 번 있었다. 사안이 중대하던 그렇지 않던 일단 화가 치밀어 올라 거의 몸 져 누울 지경이 되기도 하였다. 아마 사회생활 하는 사람 치고 비슷한 상황을 한 두 번 겪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이런 때마다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자기자신의 양심에 충실한 이다. 내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천 명의 사람들이 아니 만 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한들 뭐 그리 대수냐 하는 자신만만함. 이런 사람들은 오직 나와 하늘 그리고 땅만이 아는 죄를 짓게 되면 죽도록 못 견뎌 한다, 감히 하늘을 못 올려다 볼 정도의 부끄러움에 쩔쩔매면서…나만 시침 뚝 때면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참으로 닮고픈 그리고 닮아야 할 바람직스러운 모습이다. 이들은 아마 남들의 시선 대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충실 할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무서워할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 들이대는 잣대보다 엄한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댈 것이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할 것이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다.

 

/김은미(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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