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일자리 나누기'를 생각한다 - 한승우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오랜만에 MB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듯했다. 소위 'Job Sharing- 일자리나누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미심쩍다. 그래서 mb의 일자리 나누기를 들여다보니, 대졸초임자의 임금을 줄여 절약된 예산만큼 계약직 인턴사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MB의 일자리나누기는 자본가의 이해와 사고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는 과거 정권이 쓰던 '고통분담'의 새로운 버전쯤으로 생각된다. 고통분담은 사실상 임금인상율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일자리 나누기가 혹 자본은 손안대고 코 풀듯, 노동자들의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더 넣고 나눠 먹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1년 미만의 시한부로 말이다.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지?

 

그러나, 공공기관부터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라는 MB의 지시는 곧바로 관료들로부터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고받았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용위원회 결과를 통해 신입사원 임금줄이기를 통한 잡 셰어링을 공식적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미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공공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한 마당에 임금을 반으로 줄일 신입사원을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의 한계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허허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잡 셰어링'은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시작됐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산업의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생산성은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세계경제의 저성장에 따라 상품생산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어서 상대적인 잉여노동력이 발생한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자본과 합의하여 고용인원을 감축하는 대신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고 청년실업자를 추가로 고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5% 상승했으나 고용은 고작 0.1% 늘었을 뿐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긴데, 2006년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고 연평균 노동시간이 2,357시간으로 OECD 회원국 노동자의 연평균 1,777시간보다 훨씬 많으며, 네덜란드에 비해 연간 1,000시간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0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대기업과 재벌의 금고에 돈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근거이자 당위이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근본원인이 빈부격차의 심화에 있다고 한다. 자본이 제조업에 대한 재투자를 게을리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융거래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더욱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고혈을 짜내다보니 금융거품을 감당해야할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구매력이 근본적으로 상실되어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의 해법도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생산현장에서는 일자리나누기이며,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대이다. 자본은 곳간을 풀고, 대기업노동자는 또 다른 자신을 위해 배려하고, 정부는 지원과 법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일자리나누기에 내재하는 가치는 인간과 생명존중에 바탕한 사회적 연대의식이다. 그런데, 그렇긴 한데, 일자리 나누기의 주체인 현재의 mb정부와 자본, 그리고 대기업 정규노동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