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일(한백종합건설 대표)
한국 야구가 WBC 결승에 먼저 올랐다. 보기도 지겨운 일본과의 예선과 본선을 거쳤기에 더욱 통쾌하다. 베네수엘라 루이스 소호 감독은 경기에 앞서 한국의 스몰 볼 야구를 메이저리거로 이루어진 베네수엘라의 빅 볼 야구가 이길 것이라 장담 했지만 한국선수단은 이를 일축했다. 선발 9명의 올해 연봉만 1200억 원에 이른다는 베네수엘라 대표 팀을 이긴 후, AP통신은 '누가 메이저리거가 최고라고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야구단에 찬사를 보냈다. 김인식 감독의 '위대한 도전'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황홀한 승리는 단기전에서는 가능하지만 장기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일 세계야구클래식에 출전한 모든 국가가 일 년간 각국을 오가면서 풀리그를 벌인다면 한국이 우승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장기전에서는 감독의 작전이나 선수들의 마음가짐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팀 전체의 전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전라북도 신문산업의 구조조정을 바란다'라는 칼럼을 쓴 뒤에 지면과 논평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는 전라북도 신문산업의 현실을 변호하는 글도 있었고, 건설산업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들도 있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러한 토론이 전라북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만, 어떠한 의견도 자기 검열이 되어 할 말을 못해서는 안된다 것은 분명히 밝혀둔다.
건설산업을 경기로 가른다면 장기전이다. 단기적으로 영업의 승패가 갈리고, 매일 희비가 엇갈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확률은 같아지고 처한 환경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 현재 전라북도 건설산업에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건설규모가 거대화하고 건설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입찰제도는 최저가 공사제와 턴키. 대안공사 제도가 일반화되어 기존 회사의 규모와 자본으로는 시장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설계비로 수 억원이 소요되는데, 수주에 실패하면 기업의 존립이 위협을 받는 현실에서 어떤 회사도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없다.
또한 BTL이나 BTO 사업 등과 같이 공사비를 금융기관의 PF기법에 의하여 조달하는 사업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영세하고 신용도가 낮은 건설업체들은 공사비를 조달할 수가 없어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영업비나 공사비 조달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나 연구 등은 꿈도 꿀 수 없다. 새만금 방수제 사업의 발주를 앞두고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이 전라북도 건설업체들의 기술과 규모를 거론한 것은 뼈아프지만 진실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비하여 너무 많은 업체를 자발적으로 통폐합하여 규모의 적정화를 이뤄야한다.
한국 1위의 건설회사인 대우건설의 수주액이 6조원을 넘는데 전라북도 건설업체 1개사 당 평균수주액이 60억도 되지 않는 것이 실상이다. 우선 입찰에 되고 보자는 식으로 실제로는 한 회사에 여러 자회사를 두어도 모두가 똑같은 행동에 나설 경우 낙찰기회만 적어질 뿐이다. 만일 경영권이나 다른 이유로 규모의 적정화를 이룰 수 없다면 특화한 전문기술을 가진 전문업체로 발전해야한다. 예를 들어, 모든 일반건설업체들이 새만금사업 방조제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수문에 특화한 금전기업사는 신시도 배수갑문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있다.
전문기술과 인력과 자재를 갖춘 전문건설업체들이 오히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 개의 회사가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면 뜻에 맞는 회사끼리 한시적인 조합이라도 결성하여 공동대응에 나서야한다. 건설업계의 자구 노력 없이 정부에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지역 건설업체를 살리라고 소리쳐도 좋은 결과를 맺기 어렵다. 끝없는 분할발주와 지역시장보호를 외쳐도 지역 내에 건설 회사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수주량 축소, 경영악화, 규모의 영세화라는 고리를 벗어날 길이 없다. 오히려 건설시장에서 축적된 자본이 다른 산업으로 이전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이진일(한백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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