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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 잊지말자 - 이명호

이명호(전주명인치과 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난주 마음이 먹먹했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만 남기고 부엉이 바위로 투신한 그를 보면서 어디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갈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하마을을 찾고, 그의 분향소를 찾은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도 그와 같았으리라. 그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었어도,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이 그간 주창해온 가치를 지키고 싶다는 선택을 보면서 순교를 떠올렸을 것 같다.

 

'자살이란 선택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사람다운 결단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을 의롭게 살려던 사람이 자신으로 인한 오류가 압박으로 다가왔을 때, 죽음 이외에는 선택의 길을 열어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강퍅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사회의 지식인들은 참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안타깝고, 비통하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젠 그의 마지막이 씁쓸한 것에 대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총체적으로 점검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정치가, 삶이 어두운 갈등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어느 대목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판단을 지속하는지 다시 들여다볼 때다.

 

벌써부터 온라인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측이 지나친 이념적, 논쟁적 시각에 사로잡혀 갑논을박을 하고 있다. 그간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던 나조차도 오히려 또다시 이분법적 논쟁에 휘말려드는 그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감정의 골만 격하게 만들어 치고 받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부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킨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것을 정략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인상이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20%에 급락했다는둥 민주당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했다는둥 이야기로 시끄럽다.

 

심지어 이를 기회로 한나라당의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임전가만 급급할 뿐 사회 소통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 마련은 옹색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한 전직 대통령은 '좀 더 꿋꿋했으면 좋았겠다'는 말보다 오히려 나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민들의 반응을 나름대로 충분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삶과 사회와 시대를 돌보려는 사려깊은 질문들을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우리들의 인문학적,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지극히 없었다 혹은 낮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가 남기고 간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끝까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누구도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말라는 것 아니었던가.

 

'애도는 정치의 목적이 아니다. 애도의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폭력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삶에 대한 더욱 예리한 느낌을 잃게 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철학자인 주디스 버틀러가 한 말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명호(전주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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