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90.7Mhz, 여기는 진안마이라디오 미니FM 방송입니다."
지난 7월 31일 진안에서는 마을축제 시작과 함께 작은 라디오 방송이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많은 지역민들이 관심을 기울였고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시적인 미니FM이라 8월 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전파를 접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번 열흘간의 특별한 경험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지역 매체의 필요성과 역할이다. 많은 학자, 시민단체들은 서울중심의 매체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이해와 욕구, 관심사를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지역 사회 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매체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지역 언론이 황폐화 되는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해왔던 것이다. 일부는 글로벌한 시대에 굳이 지역에 한정된 매체가 필요한가라는 반박을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의 소식,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에 목말라 했던 것이다. 이번 축제 동안 지역민들은 자신들과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에 즐거워했고, 축제가 끝나더라도 방송이 계속 됐으면 하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또 어느 출향인은 휴가차 진안에 왔다가 라디오를 듣고 고향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반가워 직접 스튜디오에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역 소식과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매체에 대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던 것 이다.
둘째, 참여와 소통이다. 이번 미니FM에서는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를 했고 라디오를 매개로 서로 소통을 시도했다. 스튜디오도 외부에 설치하고 오며 가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했고, 예정에 없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지역민과 외지인을 불분하고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스튜디오에 찾아와 참여하고 소통했다. 누구나 청취자가 되기도 하고 송신자가 되기도 해 말 그대로 쌍방향적인 소통이었고, 라디오는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
흔히 미디어를 소통의 매개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주류 미디어는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전달을 중시해왔다. 최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주목받지 못하고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전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와 같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1930년 독일의 브레히트는 라디오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라디오는 단지 수신하는 것만이 아니라 송신도 하며, 청취자가 단지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청취자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시킨다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 했다. 우리는 이번 진안에서 브레히트가 말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지난주 공동체라디오가 7개 지역에서 정식으로 허가가 났다. 돈 많고 멋진 외형의 방송국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 곳곳에 생겨나길 희망한다.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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