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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상괭이의 죽음을 생각한다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셨다. 날씨는 여전히 싸늘하지만 지난 겨울의 추위에는 비길 바가 아니다. 칼바람 눈보라가 기승을 떨치던 고군산군도에도 동백의 꽃망울이 한층 부풀었다. 이제야 안심이다. 더 이상 그들의 주검을 보지 않아도 될 듯해서.

 

상괭이는 쇠돌고래의 일종으로 동으로는 우리나라에서부터 서로는 아라비아반도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한다. 고래지만 몸집이 매우 작아 상어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주로 근해에 살기 때문에 사람 눈에 자주 띈다. 그러나 겁이 많아 다가가면 곧장 도망간다. 등지느러미가 없지만 카이저수염 모양의 꼬리를 보면 영락없는 고래다. 숨쉬기 위해 물 바깥으로 머리를 쳐들 때나 살래살래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은 참으로 앙증맞다.

 

옆구리에 젖먹이 새끼를 달고 다니기도 하는데, 새끼는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미를 행여 놓칠 새라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마치 나들이 나선 어린이가 엄마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사람처럼 젖이 두 개가 있다고 하여 人魚라고 표현하였다. 그 이름의 뜻을 알 수 없으되 다만 볼품없는 고래라는 뜻의 상경(常鯨)에서 유래하지 않았나하고 짐작할 뿐이다.

 

이 상괭이가 새만금 호수에서 떼죽음 당했다. 안타깝다. 발견된 사체만도 200여 마리. 사인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으나 부검 결과 이상한파로 호수가 얼어붙자 물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양식장의 전어나 장어, 숭어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간간이 듣기는 했지만 고래가 얼음에 갇혀 질식사했다는 소식은 전대미문이다.

 

상괭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새만금 호수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하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 그리고 왜 호수에 갇혔으며, 얼마나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으며, 무엇을 먹고 번식하고 있느냐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레 새만금 호수의 생태계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괭이를 보호할 체계적인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상괭이는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포획과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판장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딴 어종을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스스로 걸려든 이른바 혼획으로 잡힌 것들이다. 우리나라 학계에서 상괭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연구와 조사는 주로 울산의 고래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제에 학계, 관계뿐만 아니라 NGO 등도 나서서 이 보호종의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상괭이가 새만금 인근 해양생태계의 건강함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천의 시조(市鳥)는 흑두루미이다. 서천군의 군조(郡鳥)는 검은머리물떼새이다. 다 천연기념물로 자기 고장은 깨끗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일환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숨 쉬며 살아가는 포유류의 질식사를 전례 없는 강추위로 인하여 생긴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고 간단히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괭이의 죽음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숨통을 서서히 죄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상괭이는 해양에서뿐만 아니라 하구나 강 등 민물에서도 잘 산다. 염도가 낮아서 못살지는 않는다. 새만금에 서식하는 상괭이가 그 개체수를 꾸준히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이 사건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만금이 친환경적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니까. 아이콘 없는 새만금에 상괭이가 아이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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