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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칼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없어지면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301-3번지. 새 주소 시행과 함께 팔달로 325번지로 바뀐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주소다.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대부분의 도민들은 잘 몰랐다. 전주시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팔달로 변에 널찍하게, 무슨 박물관처럼 비껴앉아 있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도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화폐수급업무를 중단한다"는 소리에 눈과 귀가 번쩍 뜨인 것이다. "아, 저곳이 새로 찍어낸 돈을 보관하는 곳이구나"고 알려 준 셈이다.

 

그러면 한은 전북본부의 발자취를 잠깐 살펴보자. 그리고 왜 이곳이 중요한지를 보자.

 

한은 전북본부는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 창립과 함께 전주시 태평동에 '전주지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1986년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이어 군산주재사무소와 은행감독실이 설치됐으나 곧 사라졌다. 2002년에는 전주지점이 전북본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름은 커졌으나 기능은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한은 전북본부가 이제 곧 그 역할이 축소돼,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것은 지난 달 21일 김중수 총재 출범이후 단행된 대규모 조직개편 때문이다.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개혁의 시동을 걸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일부 과욕을 부린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내부적으로 불만이 높았던 직군제를 폐지하고 국·실을 감축하는 등 '철밥통'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또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외환 보유액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외화자금운용원을 설립키로 했다.

 

그러나 지역본부의 화폐수급업무를 통폐합하려는 시도는 지방 실정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 아닐까 한다. 현재 16개 지역본부에서 취급하고 있는 화폐수급업무를 중단하고 5개 대형지역본부(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2(서울 강남, 제주)로 집중키로 한 것이다. 말하자면 전북 충북 강원 등 9개의 지역본부는 화폐수급업무에서 제외된다. 화폐수송 여건이 개선되고 신용카드 사용 등 지급결제 수단이 다양화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전북의 경우 화폐수급업무는 광주나 대전으로 넘어가게 된다. 당연히 인력도 감축돼 조직축소가 불가피하고 지금처럼 큰 규모의 청사도 필요없게 된다.

 

전북본부가 지난 해 취급한 화폐액은 공급 1조2673억 원, 환수 1조427억 원 등 2조3100억 원에 이른다. 이를 광주나 대전에서 공급받을 경우 도내 은행이나 농협, 우체국 등은 수송에 따른 추가비용과 대형 금융사고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도민들의 심리적 위축과 박탈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은 특별행정기관이나 민간기업의 호남본부 등이 대부분 광주에 있어 경제적·행정적으로 예속되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핵심기능까지 뺏기면 지역의 위축감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은은 "그 대신 조사연구 업무를 확충한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화폐수급업무가 빠진다면 속된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는 한은이 고유업무인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작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편지를 우체국에서 찾아가란 말과도 같다.

 

이대로 있다간 진북동에 자리한 한국은행을 볼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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