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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전국은 야권 연대, 전북은 야권 혈투?

이재규 (희망과대안 전북포럼 대표)

4·27 재보선의 막이 올랐다. 전국 38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미니 총선과 지방선거가 결합되어 있는 탓에 내년의 여야 대격돌을 앞두고 미리 보는 시험지, 전초전 같은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야권에서는 보수진영의 집권 연장을 막을 가장 강력한 전략으로서 포괄적인 야권 연대, 연합이 유일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에서 반드시 야권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경남 김해을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되는 과정은 야권 정치세력 공동의 위기의식이 강제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로써 이번 선거는 강원도, 분당과 김해를 주요 축으로 '한나라당 대 야권단일후보'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짜여지게 되었다.

 

그런데 전북지역은 전국적인 야권연대의 흐름과 다르게 야권 내의 혈투가 예상된다. 전주 덕진 제 9선거구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 야3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연대후보 간 대결구도가 벌어진 것이다. 각 정당의 지도부가 강원, 분당, 김해, 순천에서는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다가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일컬어지는 전북에서는 얼굴을 붉히게 생겼다.

 

먼저, 아쉬운 것은 정동영 의원의 행보다. 바깥을 향해서는 자신이 야권 단일정당론자임을 자임하면서 일정표까지 제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야권연대 실현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다. 만일 정동영 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이 결코 가볍지 않은 지역구에서 일관된 야권연대전선의 확대를 위해 진보정당, 시민사회를 끌어안는 노력을 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 의원 측근 간의 생존게임에서 벗어나 좀 더 큰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선거가 훨씬 재미있어지고 전국적 야권단일전선 흐름과도 맞추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측근 세력 등 민주당 내부의 반발은 일부 있었겠지만 그렇게 확대된 연대 틀 속에서 대선을 종착점으로 하는 야권연대의 현실성과 신뢰를 높여가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원래 우리 몫의 광역의원 선거인데 뭘 야권연대까지…. 이렇게 답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민주당이 왜 순천은 내놓았던가.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 전북정치에서 민주당의 대표성이 부족해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합치지 않으면 질 것 같으니까 뭉치자, 조금 내주자. 그런데 전북은 굳이 안 내주어도 되잖아." 이렇게 정황에 따라 셈법을 바꿔가며 단순 합을 추구하는 것이 야권단일정당론의 문제의식일 수는 없다.

 

한국정치가 제대로 서려면 야권연대와 정치혁신이 같이 가야 한다. 큰 승부에서의 승리를 위해, 지혜롭게 합치되 민주당의 퇴행적 행태는 혁신하고, 진보 세력은 좀 더 국민의 눈높이와 호흡하는 대중화의 길을 가야 한다. 기존 정당에서 수렴하지 못한 신진세력들, 시민사회의 다양한 역량들도 합리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개방된' 정당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진보정당에서는 민주당이 '호남의 한나라당'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고인 물과 낡은 정치에 대한 뼈아픈 충고가 숨어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면적인 진실일 수는 없다. 정운천 씨가 들으면 서운할 소리이지만, 나는 우리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배제해온 대중의 선택을 진보적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지역감정으로 매도될 것이 아니다. 그러면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온전한 대체재가 될 수 있는가. 지난 20년 진보정당이 거둔 성적표에 답이 있다. 물론 선거제도의 맹점과 오랜 분단체제가 강요해온 이념적 제약도 적지 않게 작용했음을 기억하자. 진보정당의 오랜 헌신과 외로운 깃발이 한국정치의 다양성을 열어놓았음도 잊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진보 단일정당으로 함께 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혁신하고 더 진취적으로 개방하며 진보정당은 대중화의 길에 합류하는 '혁신과 통합의 길'. 버스파업을 둘러싼 쟁점으로 비유한다면 파업 노동자와 시민의 입장을 다 같이 아우를 수 있는 큰길을 가야 한다. 그 큰길 위에서 오늘 전북정치의 주류가 보여주는 이 답답함과 한계를 제대로 넘어설 수 있는 너른 들판을 만나게 되길 열망한다.

 

/ 이재규 (희망과대안 전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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