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더구나 어린 시절이라면 평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의 독서가 내 인생의 선택을 좌우했다. 당시에는 학교도서관도 없었고, 서점의 책은 사 볼 여유가 없었다. 가까이 있는 친척집이 나의 책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준 유일한 곳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른들이 보는 두툼한 5권짜리 삼국지를 읽으면서 대륙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다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전기를 읽고서 그의 꼿꼿한 기상과 역사학자로서의 삶에 매료되었다. 이 영향으로 일찌감치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역사로 정해놓고 대학도 국사학과로 주저 없이 진학했다.
푸른 꿈을 안고 들어간 80년대 대학의 상황은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대신 당시대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역사를 만들어가야 했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
역사는 나의 숙명이 되었다. 20대 열혈청년의 시기는 역사의 진실을 깨달아 가면서 앎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던 때였다. 역사와 철학과 경제학 서적이 항상 함께 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인이 되면서는 독서가 인생의 등대가 되기보다는 먹고 사는 일의 보조수단이 되었다. 당연히 직업과 관련한 기술서적을 읽고 경제 흐름에 민감해 하던 때였다.
다시 40대가 되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책은 단지 깨달음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경험하지 못한 남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승의 역할을 했다. 직접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의 경험을 얻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해줬다. 이제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북을 새롭게 디자인하자고 외친다.
지금 읽는 책들은 '복지국가 스웨덴','그린 칼라 이코노미','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등이다. 새로운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다른 나라, 앞선 도시의 경험을 배우고 있다.
책은 어떤 영상보다 강렬하다. 활자는 어떤 멀티미디어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한 자 한 자 읽어가면서 일어나는 상상력의 힘은 강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편리하고 스마트폰이 유행하더라도 종이책의 힘은 영원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잘 나가는 직원이었던 존우드는 히말라야 트레킹 중 열악한 환경의 어느 시골학교를 보고는 인생의 길을 바꾼다. 그는 "책을 가지고 다시 와주세요"라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읽을 도서관을 지어주자는 '룸 투 리드'운동을 시작한다. 그는 네팔 등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지어주고 책을 보내주는 기부운동을 벌임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우리도 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책을 나누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특히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일 수록 TV나 컴퓨터에 빠져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운동은 경제적 도움과 함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이들의 인생 항로를 결정지을 수 있는 책읽기를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기에 동참하는 것은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요즘의 아이들과 나누는 것이다.
/ 김성주(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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