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이 끝난 뒤 매일경제 신문이 전국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물었더니 48.7%가 ‘부정부패’라고 응답했다. ‘국회의원이 귀하의 의견을 대변해 주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정치적 의사표현이 필요할 때 지역구 국회의원 혹은 정당을 찾는다는 응답도 2%에 그쳤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무당파가 급증(73.6%)하고 있는 이유다.
기성 정치권과 정당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바로 10·26 서울시장 선거였다. 시민권력을 탄생시킴으로써 정권은 꼭 정당에서만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선 참으로 쪽 팔릴 일이다. 민주당은 후보 경선에서부터 시민운동가한테 패했다. 작년 6·2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정통 야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으로선 이런 굴욕이 없다.
한나라당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도, 최고위원이라는 후보의 화려한 지위도 무용지물이었다. 말끔한 신언서판(身言書判)도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10·26 재보선 결과는 정당과 기성 정치권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화들짝 놀란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며 여러 궁리를 하고는 있지만 기대난망이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환골탈태가 가능한데 과연 정치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수 있을까. 만지작 거리다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4·11 총선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북에선 물갈이론이 한창이다. 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어항의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진다. 정치판도 그런 이치나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때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북은 71.5%가 물갈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금 활동중인 18대 국회의원 초선 비율은 44.8%에 이른다. 탄핵 바람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는 초선 비율이 63%나 됐고 15대 45.8%, 16대 40.6%였다. 물갈이는 공천만 받으면 거저 먹는 호남이나 영남 같은 일당 지배구조 지역에서 특히 필요하다.
특히 전북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민주당 텃밭 정서 때문인지 매너리즘의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지역 일을 등한시 해 온 국회의원, 허구헌날 단체와 간담회나 열면서 표밭만 다지는 국회의원, 공천만 받으면 된다며 위만 쳐다보는 국회의원들은 비호감이다.
분노한 민심을 추스리고 다스려야 할 최종 주체는 정치권이지만 개혁과 통합, 소통이라는 민심을 확인하고도 달라진 게 없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기자들이 정치권 진출을 묻자 “여의도에 가면 사람이 되어 나온다는 말을 들을 때 신청서를 들고 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단면이다. 이것이 민심 눈높이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당과 기성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심판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무소속이 승리한 순창 남원 재선거판이 내년 총선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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