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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안에 무기력 드러낸 전북 정치권

국정감사는 국회의 꽃이다. 집행기관을 상대로 정책과 예산집행의 잘 잘못을 가리고,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이 본령이다. 국회의원들에겐 정치역량을 발휘하는 절호의 기회다. 민생, 국정도 중요하지만 지역정책도 이에 못지 않다. 지역에 기반한 국회의원들은 지역현안과 지역이슈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도 의무다. 지난 4일부터 3주일 동안 진행된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라서 미진했던 전북의 현안들에 대해 실행성과 방향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제일 과제였다. 이를테면 남원 공공의대, 제3금융중심지,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정책 등이 그런 것들이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할 공공의대는 국민의힘 새시대위원회가 2021년 12월 남원 설립을 약속한 사안이다. 2018년 8월에는 교육부가 정원 49명을 남원 몫으로 확정했다. 5년째 공중에 떠 있는 데도 국감에서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남원지역의 뜻있는 인사들만이 눈물겹게 투쟁하고 있다.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관영 도지사, 정운천 국힘 국회의원 등이 대도민 약속을 한 정책이다. 관련법의 연내 입법화가 핵심이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쟁 속에 여야 협치는 과연 담보되는 것인지 안갯속이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문재인 정부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무시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새만금 갖고 놀기’는 선거 때마다 신물이 나는 정치권의 단골메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을 약속했고, 새만금특별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설치 및 특별회계 조성을 공약했다. 대통령 약속인데도 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따지는 사람도, 호령하는 사람도 없다. 지역현안을 놓고 실행 로드맵도 없이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 립비스만 날리고 나몰라라 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묻고 따지고 비판해야 맞다. 행정부의 직무유기나 나태한 태도는 추상 같이 추궁하는 것이야 말로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과연 그렇게 했는가. 역대 최대 약체라는 비판을 듣는 전북정치권은 이를 만회하려는 듯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국민의힘은 쌍발통 협치와 전북동행 국회의원 이벤트를 활용했다. 그러나 원팀정신, 쌍발통 협치는 말뿐이었다. 지역현안을 당론으로 밀어부치는 뚝심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도당위원장 선거, 당 대표와 지도부 입성의 기회인 전당대회 등 정치이벤트가 있을 때에도 각자도생이었다. 국회 상임위 포진도 무전략이었다. 국회의원 숫자도 적은데 인기 상임위로 2명, 3명씩 쏠렸다. 국회의원 한명 없는 상임위가 수두룩하니 공공의대 같은 지역의제가 방치되고 소외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열 정부 첫 국감에서는 전북의 현안사업에 대한 이행로드맵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전북현안을 추동시키지 못했다. 무기력했다. 전략도, 역동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3선, 4선의 중진의원이 없는 전북의 정치적 빈 공간이 더 커 보인다. 정쟁은 정치꾼들에게 맡기고 지역현안 만큼은 챙겨야 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고군분투 하긴 했지만 정치인은 열심히 일 했다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큰 건 손도 못 대고 자잘한 것 갖고 생색 내는 꼴이 초라해 보인다. 국감 이후엔 예산국회다. 도정과 국정의 일년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다. 사정정국이라 협치는 물 건너 갔지만 지역현안 만큼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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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5 14:05

‘고향사랑 기부제’에 대한 담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두고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홍보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답례품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기부금액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제도는 일본이 2008년 도입한 이후 지방재정 확충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 올해 기준 납세자 5000만명 중 740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15%쯤 된다. 주민공제액은 5조5110억원에 달한다. 전북도는 관련 용역을 맡기고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도 마찬가지다. 전북애향운동본부 역시 ‘고향사랑 기부’를 내년 핵심사업으로 내걸고, 전국 향우들과의 연대 및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지난 상반기에 밝힌 바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원을 초과한 액수에 대해서는 16.5%를 공제 받는다. 기부금의 30% 이내(최대 100만원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출향인이 10만원을 고향에 기부하면 최대 3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연말정산 때 1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최대 30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기본공제 10만원을 제하고 남은 90만원의 16.5%인 14만8500원을 더한 24만8500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500만원이다. 이 한도 내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고, 여러 자치단체에 나누어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인은 제외된다. 인허가, 사업유치 등 짬짜미 비리로 흐를 개연성 때문이다. 틀은 잘 짜여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제도를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두 금지해 버렸다. 전화, 서신 또는 문자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이용도 금지되고 향우회 동창회 등에 참석해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하는 방법도 금지된다. 리플렛 등 홍보물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누어 주는 건 금지된다. 어기면 최장 8개월간 모금이 금지된다. 자치단체가 출향인사 등에게 고향사랑 기부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선거법보다 더 엄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손 발 묶어놓고 고향 마케팅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답례품과 기부금 사용처다. 답례품과 사용처에 따라 지역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특산품이나 지역사랑상품권만으로는 경쟁하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차별적 독창적 답례품 개발이 숙제다. 사용처 역시 자치단체의 필요가 아닌 기부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기부금을 육아지원에 사용해 인구 증가를 이뤄 내거나, 고령인구에 혜택을 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는데 선거 때 이런 지원책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부자가 매력을 느낄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고향사랑 기부’는 기부자와 지역생산자, 자치단체에 모두 도움이 되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 고향 살리기 정책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재경도민회 부산 울산 창원 등 출향인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출향인이 많다. 호남향우회는 해병전우회, 고려대동문회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열렬 단체로 회자된다. 응집력 강한 이런 에너지가 고향사랑 기부로 나타나면 좋겠다. 전북은 호남향우회에서도 존재감이 약하다. 전남 광주에 예속돼 있다. 인사, 사업, 예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참에 호남향우회에서도 전북몫 찾기를 벌이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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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0 14:06

기업 하기 좋은 전북을 만들려면

일본 중부의 아이치(愛知)현 도요타시는 세계 최고의 기업도시다. 기업체와 자치단체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역이다. 기업도시 관련법조차 없던 시절, 황무지에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들어왔고 1959년에는 주민 요구로 시의 명칭도 도요타로 변경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일자리가 늘어 실업률이 줄고, 자치단체에 세금도 많이 낸다. 자치단체는 이 재정으로 복지시설에 투자를 하고 시민들은 삶의 질이 좋아진다. 이른바 선순환 효과다. 도요타시는 선순환의 본보기다. 자치단체마다 기업유치와 일자리 확충에 골몰하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의 친기업 마인드가 주목 받고 있다. ‘경제와 일자리’를 핵심 키워드로 내걸고 대기업(계열사) 5개 이상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 5개 유치는 쉽지 않은 약속이다. 전북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취약성, 열악한 기업 인프라, 공항 등 미진한 간접지원시설 등이 경쟁 열위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선뜻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입지와 인프라, 공무원 일처리 방식, 인센티브, 단체장의 마인드 등을 주요 투자 조건으로 꼽는다. 결정적인 것은 단체장의 마인드다. 업종이나 규제 등에 대해 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의 문제는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꼭 확인하는 절차다. ‘기업이 오고 싶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김관영 지사의 철학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 이 친기업 마인드가 전북의 취약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적극성과 역동성을 띤다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처리의 주인공인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는 수동적이다. 허가민원이 마무리됐는데도 처리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질질 끌거나, 안된다던 기업 민원이 상급자에게 설명하니 금방 해결된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본사의 일정 때문에 설계사무소를 독려해 공장신축 서류를 넣었지만 담당 공무원은 시급성을 알면서도 휴가를 떠나버린 일도 있었다. 선급금을 주지 않아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넣었더니 당장 지불하겠다며 민원을 빼달라고 애걸한 경우도 있다. 우리지역 시군에서 경험한 사례들이다. 민원이 민원(民怨)이 되는 이런 일처리라면 단체장이 아무리 친기업 정책을 편들 별무소득일 것이다. 도요타시는 친기업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의 정책은 기업 하기 좋게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기업이 마음 편하게 지원해 주면 된다” 바로 이것이다. 공무원의 태도가 고객감동 마인드로 바뀌어야 한다. 또 하나는 규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내걸지만 효과가 없다. 칼자루를 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그들의 눈높이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기업 눈높이를 병행하고 웬만한 것은 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제도적 개혁도 필요하다. 연구소를 많이 유치하는 것도 기업유치의 지름길이다. 연구소가 들어서면 관련 기업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오기 마련이다. 다른 하나는 현대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 대기업연구소와 수시로 교감하는 일이다. 자치단체가 연구소와 주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과업수행의 흐름을 읽고, 정보를 교환한다면 투자 선점의 잇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전북 투자 과정에서 겪었던 불만과 애로, 개선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전북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 둥지를 튼 기업의 의견도 새겨야 한다. 정책과 대안 마련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할려면 전북에 가서 하라’ 이 말이 통하는 그날까지 담금질은 계속돼야 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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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9 14:10

좌고우면 정치 NO, 역동적 리더십 YES!

6·1 지방선거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일 할 사람’에 대한 갈증이 높게 표출된 선거였다. ‘되는 것도 없고, 하는 일도 없는’ 무기력에 대한 반발 심리이겠다. 전주시장 선거 경선 전, 임정엽 민주당 예비후보가 늦게 출마했는 데도 1위로 올라선 배경 중의 하나가 추진력을 도덕성보다 높이 평가한 때문이란 분석도 그런 범주에 든다. 실리 추구도 한 특징이다. 이 흐름을 관통한 게 김관영 도지사 당선인과 서거석 교육감 당선인,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인의 이른바 실사구시적 정치의식이다. ‘전북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겠다’(김관영) ‘교육의 중심이 이념에 좌우돼선 안된다’(서거석)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정책에 최우선을 두겠다’(우범기) 등이 그런 정치 메시지들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이런 배경에는 소이연(所以然)이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전주역세권 사례를 들여다 보자. 전주종합경기장은 2005년 전북도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전주시에 넘긴 도유 재산이었다. 호텔과 컨벤션 건설이 조건이다. 그런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개발구상을 놓고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이 기간 행정을 추진했던 도지사가 2명, 전주시장이 2명에 이른다. 전북도청 북쪽의 대한방직 터 개발도 다르지 않다. 한 업체가 2018년 부지를 매입(1980억 원)한 뒤 전주시에 개발계획을 낸 게 2018년 11월이다. 4년째 헛바퀴만 굴리고 있다. 한달 이자만 10억원이다. 전주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 쥐고서도 수개월째 팔짱만 끼고 있다. 이래 놓고도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한다. 오고 싶은 기업도 달아날 판이다. 번복과 좌고우면의 끝판왕인 두 계획은 판단력과 결단력, 추진력 결핍의 대표 사례다. 전주역세권 개발은 어떤가. 전주시는 2019년 12월 전주역세권의 주택지구 개발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승인 요청했다. 노력 끝에 승인을 받아냈다. 그런데 2021년 1월말에는 사업성이 우려된다며 돌연 계획 해제를 요구했다. 사업성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전주역세권과 임대아파트 3000여 세대 등 공공개발 효과를 걷어 찬 셈이 됐다. 전주시는 국토교통부의 조롱 대상이 됐고 신뢰도 크게 실추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이다. 전북은 인구가 줄고 경제력은 전국 3%에 불과하다. 정치역량도 열세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 전북이다. 선장 격인 단체장이 좌고우면, 안일무사하다면 지역정책들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역내 정책이 이럴진대 새만금 메가시티,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처럼 국가 정책적 현안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새만금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지만 아직 기반시설도 안돼 있다. 가 보시라. 기공 3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망망대해다. 언제부턴가 전북에는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오명이 붙었다. 누구 탓인가. 시민들 탓인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립서비스만 날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치인은 몽둥이로 심판해야 옳다. 4년 훌쩍 지나간다. 6·1 지방선거에서 새 판이 짜여졌다. 이틀 뒤에는 도지사와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전북지역 선출직 254명의 리더들이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단체장들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통해 지역을 역동적으로 이끌었으면 한다. 그리고 대내외에 존재감 있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단체장의 위상, 지역 이미지는 시민들의 그것과 연동되는 함수관계라서 그렇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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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8 14:23

한승헌선생 기릴 추모사업 지역사회 몫

진안군 안천면 출신인 한승헌 선생이 지난 4월20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검사 변호사 감사원장 등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냥 선생이란 호칭이 삶의 궤적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선생은 가셨지만 우리 시대의 사표였던 그의 철학과 가치, 가르침을 후세에 현현시키는 일은 이제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 됐다. 선생은 서슬 퍼런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아래에서 시국사범의 변호와 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인 1세대 인권변호사다. 동백림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대표적인 시국사건들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다 탄압 받는 양심수를 변호할 때는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잠시 눈을 감고 딴전을 피웠다면 평범한 법조인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권력에 순치돼 부역했다면 누구누구처럼 사법권력의 핵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시밭길을 걸었다. 정치검찰, 스폰서 검사, 사법농단, 봐주기 판결 등 법조 난맥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요즘 법조인의 기개를 떨친 선생의 삶은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닌다. “'사법부 독립이 흔들린다'거나 '권력에 영합한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이럴 때일수록 법조인다운 기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사법관료 시스템에 익숙해져서는 안돼요.” (2014년 5월8일 ‘법률신문’) 8년 전의 인터뷰는 ‘검수완박’과 아전인수식 논쟁이 판 치는 오늘에도 울림이 있는 경고다. 대학(전북대 정치학과) 4학년 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지만 검사생활(5년)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약자의 편에 선 변호사로서의 삶을 산 선생의 기개는 ‘법복만이 아니라 성의(聖衣)의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생할 것’(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의 추도사 인용)이다. 선생은 서민적이고 다정다감했다. 중학교 때의 신문배달, 방문판매, 전주역에서의 좌판 등 넉넉치 않은 형편 속에서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으라’(近在山民)는 뜻으로 서예 스승이 ‘산민’(山民)이라는 호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 산민이란 호처럼 살았다. 고향의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의 산파역을 했다. 전북, 재경, 진안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을 풀고 매듭짓는 심부름꾼이었다. 전북은 ‘법조 3성(聖)’이 배출된 자랑스런 곳이다. 가인 김병로(1887~1964,순창), 화강 최대교(1901~1992,익산), 사도 법관으로 불리는 바오로 김홍섭(1915~1965,김제) 선생은 우리나라 법조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주 덕진공원에 가면 1999년에 세워진 세분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한때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용역까지 추진했지만 예산문제로 무산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비 율사로서의 올곧은 삶을 산 산민 한승헌 선생의 일기는 이제 역사가 됐다. 법조 3성에 못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살아있는 자들은 선생을 추모하며 “이 땅의 인권과 평화, 민주를 위해 헌신하신 그 뜻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추모 사업을 시나브로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주기 무렵 선생의 철학과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좋겠다. 전북지방변호사회와 민변, 사회단체와 관련 학계, 자치단체 등이 힘을 모은다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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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3 14:19

‘전북홀대론 나오지 않게 하겠다’  진정성 보여라

0.73% 24만7077표. 3.9대선은 대선 역사상 가장 근소 표차 기록(1997년 김대중-이회창 1.53% 39만557표)을 갱신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논리는 정치에도 어김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동력 넘치던 그 좋은 시절을 정쟁으로 까먹고 정치 신인에게 국정을 넘겼다.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이 좌파나 진보보다 앞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한 철학자(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지적이 통렬하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보니 그 안에 빠진 거라는 것이다. “날씨는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0.73% 차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인식한다면 민심 이반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내부 분열, 계파 싸움이 가장 큰 적이다. 이것 하나만 극복해도 복원력을 되찾을 수 있다. 눈 앞에 닥친 당장의 관심은 새 정부에서의 전북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착공, 새만금 특위 대통령 직속 설치,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및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이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국제 태권도사관학교와 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지리산·무진장 연계 휴양관광 벨트 조성,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눈길을 끈다. 새만금 메가시티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인프라가 얼마나 확충되느냐에 달린 문제이고,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는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기재부 반대로 무위로 끝난 사안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이지만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동시 추진하면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 경우는 별로 없다. 빌 공자 공약(空約)이 태반이다. 관건은 새 정부에 전북의 인적 자원이 얼마나 포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책과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 최우선 숙제라고 하겠다. 첫 시금석이 새정부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인데 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힘 내부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지역균형발전 특위가 설치된 것은 다행이다. 종전의 균형발전정책인 메가시티 구축은 수도권에 대응할 초광역권 구축이 핵심인데, 공룡 수도권을 슬림화할 대책도 없거니와 광역시가 없는 전북 강원 제주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를 보완 또는 대체할 새 균형발전정책을 인수위가 내놓길 기대한다. 또 하나는 우호적인 정치환경이다. 그 잣대가 지지율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전북의 지지율은 14.4%였다. 전남(11.4%) 광주(12.7%)보다 높지만 우호적인 정치환경으로 보기 어렵다. 전북의 향후 지역정책 입지가 좁아 보인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약속은 화려하다. "호남 내에서 더 이상 '전북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전북의 경제발전을 앞당기겠다" “전북의 변화, 확실히 책임지겠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건, 낮게 나오건 호남을 챙기겠다” 선거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먼저 허공에 날릴 일도 아니다. 세상에 드러낸 약속이다. 0.73%의 격차는 협치와 통합, 포용과 배려를 경고한 수치다. '전북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의 진정성 검증은 이제부터다. 지켜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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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5 14:00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의 ‘대화합 복당’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조직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요, 적군을 쳐부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전군위상 파군차지(全軍爲上 跛軍次之). 합리적 군사전략가인 손자는 싸움을 할 때 내 조직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조직원들이 싸움을 앞두고 분열하고 갈등하면 이길 수도 없거니와 이긴다 한들 그 승리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선 경쟁이 치열하다. 정책경쟁과 함께 조직 정비도 놓칠 수 없다. 민주당이 연초부터 17일까지 복당 신청을 받고 있고, 국민의힘도 신청자를 일괄 복당시키기로 했다. 국힘당은 해당 행위가 심한 정치인의 복당을 불허했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대사면 으로 돌아섰다. 손자병법처럼 먼저 내 조직을 온전히 구축한 뒤 적군을 깨부수겠다는 전략이겠다.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이것저것 따지다간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흩어진 진영을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합당해 보인다. 그런데 전북의 민주당 기류가 묘하다. 옛 국민의당, 민평당, 민생당 출신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대거 복당하고 있지만 환영하는 기류가 아니다. 민주당 전북도당이나 지역당협위가 뭔가 한마디 포용 성명이라도 낼 법 하지만 냉랭하다. 오히려 뜨악해 하는 분위기다. 전화 한 통 없고 마주쳐도 반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혈전을 벌인 구원, 향후 경쟁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재명 후보가 내건 대화합 명분은 진정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한때 민주당에 몸 담았거나 민주당 정강정책에 동의하는 분들은 제한 없이 다 합류하자는 취지가 무색하다. 탈당자는 선거 공천 시 25% 감점 페널티를 대선 기여도에 따라 감면으로 바꾼 민주당 최고위 방침도 이재명 후보가 주도한 것이다. 정치공학적 봉합은 대선까지는 그럭저럭 굴러갈 테지만 6월1일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는 파열음이 나타날 게 뻔하다. 대선이 채 두달도 남지 않았지만 지역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 지방선거에 꽂혀 있다. 싸움에선 흔히 말하는 기세라는 게 있다. 구지어세(求之於勢)가 그런 표현이다. 세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병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굴러가 적을 깨부수는 힘센 돌이 될 수도 있고,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서 있는 돌덩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기세는 리더가 만든다. 지역정치에선 도당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이 리더인데 조직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박힌 돌, 굴러온 돌이 화합해 힘센 돌로 기능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서 있는 돌덩이로 남게 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다른 하나는 전북의 정치지형이 일당 독주로 회귀할 개연성이다. 전북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쟁 무풍지대라는 점이다. 학교 앞 분식점이 한 곳일 때와 서너개일 때의 서비스는 크게 달라진다. 고객의 선택권도 다양해진다.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쟁이 없는 구조는 고인 물이나 다름 없다. 부패하기 십상이다. 민주당은 일당 독주의 폐해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 비리와 성추문, 관광성 해외연수, 부동산 투기와 농지법 위반, 리베이트성 주민숙원사업비, 막말 등 갑질 행위 등이 제기돼도 책임을 묻고 반성하기 보다는 제식구 감싸기가 먼저였다.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한 구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의 덩치가 커지고 지역이 일당 독주구조로 재편된 것은 정치서비스와 도민이익, 전북발전 측면에선 불행이다. 하지만 당내 경쟁은 더 격화할 것이다. 당내 경쟁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 갈아엎는 개혁과 쇄신으로 이어져 자양분을 공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도로민주당이 되고 만다. 그리고 도민들은 다음 선거 때 또 회초리를 들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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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1 18:55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균형발전정책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망스런 정책 하나를 꼽으라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꼽겠다.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슬로건으로 내건 혁신도시 시즌 2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기초를 닦았고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한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반석 위에 올려놓지도 못했고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의지도 없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고, 김부겸 총리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이와관련해 실망스런 언급을 했다. 국회 분원도 세종시에 설치하기로 법제화가 이뤄졌고,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데도 안정되고 있다고 발언한 맥락과 비슷하다. 안일한 현실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 비율은 10월말 현재 50.37%다.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의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10%를 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하다는 프랑스 파리도 전체의 18% 수준이다. 청년층도 56%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일자리 때문이다. 수도권 쏠림은 지방을 피폐하게 만들고 수도권은 수도권 대로 주거, 교통, 환경 등 역기능의 피해가 크다. 경쟁력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그냥 놔둘 수 없는 숙제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게 초광역권 정책이다. 예컨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남충북 처럼 인접지역을 묶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메가시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지역에 대해서는 SOC의 예비타당성조사 완화, 국고보조율 상향 등 행재정적 지원이 강화된다. 이른바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정책인데 내년 상반기엔 부울경이, 하반기엔 대구경북이 각각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결성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전북이나 강원, 제주 같은 곳은 비빌 언덕이 없다. 송하진 지사는 새만금권과 전주완주 통합을 포괄해 전북 독자권역을 설정했지만 고육지책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고, 새만금은 기반시설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향후 새만금의 파이를 파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전북에겐 들러리 균형발전정책 밖에 안된다. 이 균형발전정책은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전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또 지방소멸 우려 지역을 지정, 기금 1조원을 지원한다는 것도 전시적이다. 교육, 주거, 일자리, 교통, 의료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수도권 몸집 줄이기가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수도권 공기업과 공공기관 200곳을 모두 지방에 이전하겠다는 처방이 더 현실적이고 해소책에 가깝다. 만약 혁신도시 조성이 없었다면 일감이 없어 다 죽을 뻔 했다.는 기업인의 말이 현실을 웅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깊다. 국정 목표의 하나였다. 따라서 혁명적 의지를 갖고 균형발전의 여러 가치들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시적 성과도 꼽을 게 없다. 그래서 균형발전을 가장 실망스런 정책의 하나로 꼽았고, 여전히 희망고문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임기 5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의 빵빵했던 에너지를 다 어디로 소비했는지 허망하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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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3 17:01

대선 지역공약 도민 기만해선 안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러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굵직굵직한 국가적 담론과 의제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선 지역의 비전과 현안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지역의 고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사안이다. 그런데 공약들이 천편일률적이다. 새로운 것도 찾기 어렵고 후보 간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 확 눈에 띄는 게 없다. 전북도가 추진해 온 정책들, 자치단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을 베끼거나 포장해서 리모델링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만금은 약방의 감초격이고 신재생에너지, 탄소산업은 공통으로 읅어먹는 의제였다. 기억에 남는 건 홍준표의 새만금은 홍콩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새만금국제공항은 전남 무안공항으로 특화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차별적이었다. 이 공항발언과 관련해 20년 이상 공항정책을 추진해온 전북도나 지역 정치권은 침묵했다. 직년 무안공항을 이용하면 되지 굳이 새만금공항을 추진하려 하느냐고 일갈한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오불관언이었다. 벌떼처럼 일어나도 부족할 터인데 눈 한번 흘기지 못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어느 누가 전북의 존재감을 인정하겠는가. 송하진지사와 전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전북몫 찾기나 자존심 회복 운동과도 배치된다. 전북은 독창적이면서 창의적인 정책과 비전에 목말라 있다. 낙후된 탓에 도약을 갈구하는 갈증이 크기 때문이지만 그동안 정부의 정책 따라하기도 한 원인이다. 지난 대선 때는 군산 현대조선소 재가동, 제3금융중심지 조성, 남원 공공의대 신설이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거의 모든 후보들이 약속했다. 그러나 식언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 또 이같은 현안들이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으니 지역 유권자를 뭘로 보는지 분노가 치민다. 정치가 유권자를 기만하고 우롱한 대표적 사례가 군산조선소 재가동 공약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군산조선소 문제는 유승민 후보만 유일하게 확약을 하지 않았다. 민간영역을 정치가 강제해선 안된다는 논리였다. 군산조선소를 군산에 유치했던 군산고 출신의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역시 군산고 출신의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모두 재가동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것도 그런 논리다. 그럼에도 국회 신영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군산조선소를 1년 안에 재가동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군산조선소는 재가동되고 있는가. 사과 한마디 없이 희망고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2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지만 임기 내내 손도 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강화 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참여정부 때보다도 한참이나 뒷걸음질 쳤다. 기대치가 컸던 문재인 정부가 지역정책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4년이나 허송세월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공약이 빌 공자 공약(空約)이 돼선 안된다. 백지수표처럼 황당하게 남발돼서도 안된다. 그건 국민 기만이자 정치인 자신의 책임윤리를 방기하는 것이다. 이런 정당과 후보는 선거 때 따끔하게 응징해야 한다. 선거는 검증이고 심판이다. 앞으로 대선 본선 경쟁이 전개되면 수많은 지역정책들이 제시될 것이다. 전북도는 일찌감치 대선공약을 준비해 왔다. 민주당전북도당도 대선 공약은 정당이 주도하겠다며 전문가 집단을 통한 지역공약 준비가 한창이다. 지역 특화자원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 미래 먹거리 산업과 인프라 구축, 삶의 질 향상 등 독창적이고 실행가능한 정책개발에 전북도와 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지속가능하고 스케일 큰 공약이면 더 좋겠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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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5 16:21

경쟁 무풍 속 가짜 권리당원 판치는 전북정치권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선거는 2000여년 전 중국 한나라 때 지방장관 자리에 우수인재를 선발해 천거한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 문제가 많았다. 영향력이 있던 호족들이 관리를 매수해 특정인을 천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조선시대 인재등용 창구였던 과거는 지금의 필답고사로 치러졌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폐단이 드러났다. 시험관이나 채점관이 자기사람만 발탁한 탓이다. 두 제도는 초기엔 역량 있는 인재 등용의 통로로 기능했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운영과정에서 폐해가 드러나 원성을 샀다. 요즘 말로 치면 공정과 정의가 훼손돼 기득권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정당 선출직의 핵심 장치인 권리당원 제도도 그런 사례다. 민주당이 이 제도를 시행할 당시엔 일정 당비를 낸 당원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르면서 기득권 정치세력의 권력창출 도구로 굳어졌다. 매월 1000원,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에겐 후보 선출권이 부여된다. 내년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 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 시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본선 후보를 가리게 되는데 이 권리당원 비율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과거 국회의원 경선과 지방의원 경선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경험칙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리당원 모집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익산의 한 정치인은 입당원서 1만장을 모집해 접수했고, 어느 단체장 부인은 입당원서를 보따리로 들고 와 민주당 전북도당에 접수한 일도 있다. 전주의 한 지역위원회는 대선에 활용할 입당원서를 몇천장이나 들이밀었다. 과거 많아야 수십통씩 대봉투에 담아 접수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도내 어느 지역이나 공통된 현상이다. 신인 등 정치적 약자는 발 붙일 틈도 없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주체는 단체장 캠프 출신 인사, 지방의원, 행정기관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인, 행정기관의 보조금을 받는 일부 기관 단체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공적 사적 연줄을 총동원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단을 제출 받아 각 선거진영에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는 보은인사를 노린 공무원들의 입당원서 모집 행태도 있다. 먹이사슬이다. 지방의원이나 지역 기관단체 소속 구성원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해 마지못해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아예 알아서 하라며 백지위임한 사람이 부지기 수이다. 중복 명단도 많고 허위로 주소지를 적어 제출한 경우도 있다. 전북지역의 권리당원은 올해초 7만여명 선이었다. 동원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대선용 입당신청이 마무리되는 이달말이면 10만여 명은 거뜬히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10만 명을 가정하면 전북지역 민주당 권리당원은 유권자 15명에 한명 꼴(지난해 415총선 유권자 154만명)로, 세대별로는 8세대에 한 명꼴(전북의 세대수 82만 세대)이다. 아마 인구 대비 전국 최고 비율일 것이다. 이런 유형의 권리당원은 이른바 동원된 가짜 당원이다.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당비납부는 이에 비례하지 않으니 허수일 개연성이 크다. 정당 간 경쟁이 무풍지대인 전북에서 민주당의 동원된 가짜 권리당원이 도지사와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의 선출직권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꼴이다. 2000년 전 관리를 매수하거나 조선시대 자기사람만을 발탁하던 등용방식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자기 사람 앉혀놓고 오디션 경쟁하는 꼴이다. 결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민주당은 끼리끼리 해먹는 기득권 세력의 폐쇄형 보호장치를 언제까지 활용할 텐가. 원성이 더 부풀기 전에 개선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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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7 16:41

호남동행 진정성, 역동적 성과로 나타내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역동적이다. 민주당에선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면접이 관심을 끌었고, 후보 간 설전도 날카로왔다. 정세균 이광재 후보는 단일화를 이뤘다. 국힘당은 36세 0선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당 대표로 뽑았다.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키며 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인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역시 관심을 증폭시키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대선판 못지 않게 지방선거도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출마-불출마-공직사퇴 수순이 잇따를 것이다. 2년 뒤엔 총선이다. 정치적 행보와 유불리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시동을 먼저 건 측은 국힘당이다. 꼬끼오! 전북에도 해뜰날이 옵니다 차기 국회 호남인사 5명 비례당선권 우선 배정 전주시 동행 국회의원 박진 추경호 김승수 송언석 인사 올립니다 국힘당 전북도당이 얼마전 전주시내 곳곳에 내건 플래카드 내용이다. 도당 사무실 외벽에도 비례의원 5명 배정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쌍발통 돈키호테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정운천 도당위원장의 호들갑이 밉지 않다. 그는 지난해 9월 당내 상설기구로 국민통합위를 설치하고 호남지역 41개 자치단체에 53명의 호남동행 국회의원단을 구성, 예산과 법안 및 현안사업을 챙기는 등 협력체계를 구축한 주인공이다. 전북의 정치인 중 이만한 열정과 의지, 행동으로 나타내는 의원도 드물다. 잇단 호남구애 퍼포먼스의 결과일까. 이준석 대표 취임 이후에는 젊은층의 입당도 늘었다고 한다. 전북도당의 경우 한 달에 5명 수준이던 온라인 입당자 수가 340여명에 달했고 이중 225명이 2030세대였다고 한다. 보수 불모지에서의 이런 현상은 의외다. 문제는 국힘당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퍼포먼스나 립서비스가 아닌 성과로 이어질 때 확인되는 가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기대했던 전북의 여러 현안들이 정쟁에 막혀 진전되지 못했다. 대도시광역교통특별법, 공공의대법, 새만금특별법(투자진흥지구 지정), 원전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 등이 그런 것들이다. 대광법은 전북의 광역교통망 확보 관련 법안이고, 공공의대법은 전문의료 인력 배출 관련 법안이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현안이다.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핵심인 새만금특별법 개정안도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절실하다. 원전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자치단체도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함으로써 고창지역 같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국힘당이 호남동행, 호남구애를 진정성 있는 가치로 평가받으려면 이같은 현안의 관련 법안 통과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또 9월 예산국회에서도 호남동행 의원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야 마땅하다. 정운천 의원이 6년 연속 예결특위 위원에 선임된 건 다행이다. 구체적인 성과 없이 메시지만 남발한다면 도민을 기만하는 것 밖에 안된다. 최고위원 회의를 전주상공회의소에서 열고(박근혜 대표), 새만금을 헬기로 둘러보았어도(이명박 대통령)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기시감이 있다. 이런식이라면 도로한국당이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역동적인 것처럼 호남동행의 행보도 역동적이길 기대한다. 국힘당의 국민통합위가 지역균형발전, 호남예산의 창구역, 영호남 공동사업에 의지를 갖고 성과를 나타낸다면 불모지의 오명이 벗겨질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긴장할 만큼 역동성을 보일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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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6 16:50

지역 디자인 추동할 ‘지평선 시즌 2’를 제안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민선 단체장 시대가 개막된 뒤 자치단체들이 가장 먼저 빼내든 게 CI(Corporate Identity) 작업이었다. CI는 기업의 이미지 통합 작업을 이르는 말인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이른바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다. 자치단체들이 CI에 주력한 것은 자치단체도 기업처럼 경영마인드를 접목시켜 서비스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부각시킨 브랜드와 슬로건, 로고에 주력했다. 민선 이후 또하나 달라진 게 있다. 지역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작품이나 의상, 제품, 건축물 등이 실용성과 미적 모습을 갖추도록 도안하고 설계하는 걸 뜻하지만 이젠 사람도, 지역도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할 이미 강조했던 가치다. 자기 개성의 상품화, 디자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일류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자치단체에겐 지역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가 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필자의 고향은 김제다. 출향인사들이 김제를 찾을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김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무주 고창 부안 군산 등은 민선 이후 새롭게 변모돼 있는데 김제의 시가지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평을 내놓는다. 도로와 인도, 건물, 간판, 표지판 글꼴, 로터리, 각종 조형물, 시가지 동선 등은 후지고 촌스럽다(전북디자인센터 Y, 원광대 미대 K교수) 김제야말로 도심재생을 통해 미적 가치를 창출하고 시가지를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디자인은 기업에겐 고객, 자치단체에겐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지역 디자인의 성공사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전주 한옥마을을 꼽을 수 있다. 김제는 전주와 익산, 군산 등 큰 도시의 배후지역이다. 일과시간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밤이면 적막하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어도 그렇다. 이 뺄셈현상을 어떻게극복할 것인지가 숙제다. 대안은 큰 도시 배후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돌리는 일이다. 그 중의 하나로 호수정책을 꼽을 수 있다. 김제에는 금산사 아래 금평저수지와 금구의 대율저수지, 만경의 능제저수지 등 비교적 규모가 크고 깨끗한 호수자원이 3곳이나 있다. 각기 지리적, 지형적 특성을 살린 아이템을 개발한다면 부가가치도 높이고 인구 유입효과도 거둘 수 있다. 충남 금산면 추부면의 하늘물빛정원은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장산저수지에 조성된 관광농원과 팜스테이가 그곳인데 관광과 공연, 쉼터, 지역특산물 판매의 다목적 기능 공간이다. 아울러 보다 파격적인 귀농 귀촌정책, 랜드마크 전망대, 시내 진입도로에 쌀을 상징하는 이팝나무 식재 등이 모두 지역 디자인의 검토 대상들이다. 대한민국 5년 연속 대표축제로 선정된 김제 지평선축제는 훌륭한 자산이다. 지평선 은 우수 브랜드로 선정됐고 지평선 하면 김제를 떠올릴 만큼 홍보도 잘 돼 있다. 이젠 지평선이란 브랜드로 지역을 팔아 주민이익과 지역발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오직 한 곳! 김제로 오세요 김제시의 이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도록 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과제다. 지평선 시즌 2라는 이름으로 지역 디자인을 새롭게 구상한다면 연속성과 정체성, 브랜드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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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0 20:24

너무나 느슨한 새만금국제공항 이대로 괜찮은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확정짓는 절차처럼 보인다. 가덕도신공항은 기정 사실(이낙연 민주당 대표) 가덕도신공항은 불가역적 국책사업(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김종인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의 러브콜이 잇따른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관련 특별법을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후보(국민의힘)는 한술 더 떠 서부산 KTX를 신설해 서울역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2시간30분대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했다. 이쯤 되면 47 부산보선은 가덕도신공항 선거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사업은 속도감을 느낄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부럽다. 1996년 공항건설을 추진한 지 25년 세월을 보내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고도 하늘길을 열지 못한 전북의 처지와 너무나 대비된 탓이다. 감사원은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며 제동을 걸었고, 일부 정치권은 반발 표를 의식해 반대했다. 중앙 정치권의 훼방도 노골적이었다. 새만금공항 건설은 지반이 약한 탓에 공사비가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이해찬 민주당 대표) (송하진 도지사에게) 새만금공항을 꼭 추진해야 하느냐(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견제와 훼방을 마치 죄인처럼 감내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만금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 받고 현재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2019년 1월 29일, 24조 원 규모의 전국 23개 사업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의결한데 따른 것이다. 역대 정권이 밝힌 것처럼 새만금은 동북아의 경제 허브 환태평양시대의 전진기지로 개발되고 있는 곳이다. 항공서비스는 지역발전과 주민편익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공인프라다. 더욱이 부안 새만금에서는 2023년 8월 세계잼버리대회가 12일 동안이나 열린다. 해외에선 171개국 4만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필수 인프라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나 느슨한 사업계획이다. 국제행사 개최라는 특수성과 예타면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국토교통부는 2024년 착공 - 2028년 완공 계획을 내놨다. 보통 2년 정도 걸리는 예타를 면제 받고도 5년이 지난 뒤에야 착공한다는 계획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생색만 낸 뒤 엿 먹이는 게 아니냐 비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매머드급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다면 2023년 임시 취항이 가능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느슨한 계획을 받아놓고도 문제 제기 없이 팔짱 끼고 있는 전북 정치권의 태도다. 국토부 입장만 되뇌인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 전북의 정치권은 왜 이런 방관적 태도를 보이는가. 답은 간단하다. 경쟁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독점적 정치구조 때문이다. 경쟁하지 않으면 안일해질 수 밖에 없고, 문제의식도 발현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데 누가 챙겨주겠는가. 치열하게 작동되는 부산 정치권의 여야 경쟁관계 때문에 가덕도신공항이 대접 받고 있는 건 좋은 본보기다. 꺼림칙한 것은 새만금공항이 과연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담보될 것인가 여부다. 겨우 예비타당성조사라는 절차만 면제받았을 뿐 경제성과 우선순위, 예산 등의 복병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삽을 뜨는 게 해답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2004년 착공 - 2028년 완공 계획은 음험한 구석이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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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6 16:48

[이경재의 세상보기] 내년 지방선거 혁신적 공천룰로 보답하라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석달 후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4월7일)다. 내년에는 대선(3월9일)과 지방선거(6월1일)가 예정돼 있다. 그러니 새해 벽두부터 선거담론이 관심을 끄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북일보 신년호는 대권 레이스 본격화, 전북 국회의원들 득실 저울질 2022 지방선거 누가 뛰나를 특집으로 싣고 전북 정치권의 움직임을 다뤘다. 안갯속이긴 하지만 정치의 영역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눈길을 끄는 건 지방선거 단체장 후보군이다. 후보군의 윤곽은 자천타천이거나 정당의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 정치인의 몸집불리기 언론플레이도 있다. 그렇긴 해도 흡인력이 있다. 세간의 보는 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지사 선거는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이 가정사실화된 상태다. 3선 도전과 관련해 송 지사는 출마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출마의지를 드러낸 우회 화법이다. 관심은 누가 대항마로 뛸 것인지에 있다. 전 현직 국회의원의 등판 설만 무성하다. 정동영 전 의원이 순창 동계에 둥지를 튼다는 최근의 소식도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3선 제한에 묶여 현역이 출마하지 않는 남원과 순창, 그리고 무소속이 현역인 익산과 임실이 핫한 지역이 될 것이다. 4개 지역 모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예비후보 간 혈투가 예상되는 곳들이다. 지난 선거에서 2위 후보와 10% 안팎의 비교적 근소 표차이로 당선된 지역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익산(3.81%) 남원(11.09%) 장수(9.35%) 순창(9.19%) 고창(3.03%) 부안(8.69%) 진안(454표)이 그런 곳들이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힘은 현역 프리미엄이다. 도전자에겐 커다란 장벽이다. 현역은 임기 내내 예산과 정책, 인사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유력인사의 정보와 기류, 정적들의 동선 등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이 권력은 차기 선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현역 프리미엄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유리한 도구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베는 단두대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측근 우대 등의 편파적 인사, 계약업무에서의 사적인 개입, 무원칙한 예산집행 등은 조직의 반발을 불러오고, 경쟁 업체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민심이반으로 귀결된다. 경쟁자에겐 좋은 표적이다. 핵심 변수는 정당 공천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지난해 415총선은 내년 지방선거의 가늠자다. 때문에 당내 경쟁이 치열하고 대선 경선과 맞물려 권리당원 모집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무소속인 어느 단체장은 권리당원 2만명을 모집해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설도 있다. 관심의 초점은 공천 룰이다. 권리당원 많이 확보한 사람이 공천 받는 구조라면 철저히 기득권적이고 정치꾼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정치신인이나 역량 있는 인물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현역에 대한 평가가 무풍지대인 것도 문제다. 현역은 가혹하달 정도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맞다.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기득권을 갖기 때문이다. 무능력하거나 리더십이 부족한 단체장, 물의를 빚거나 윤리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지방의원도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이른바 혁신적 공천룰을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책임정당, 혁신정당의 자세다. 내년 지방선거를 관리할 민주당전북도당의 책임이 커 보인다. 주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면 정당은 그에 걸맞는 개혁적 조치들을 취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이 작동되고, 인재를 키우고 문호를 넓히는 공천룰이 제도화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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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5 18:11

날 저무는데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지역정책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대선 지지율(64.8%)이 가장 높았고 우호적인 정치환경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서 전북출신 인재 등용이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졌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무장관, 무차관의 서로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전북을 제일 먼저 방문했고 전북은 나의 친구라고 화답했다. 이러니 물 들어올 때 배 띄워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는 건 당연했다. 전북처럼 낙후된 지역의 제일 관심은 지역균형정책이다. 균형발전은 수도권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겠다. 대선 공약과 취임사에서 다른 누구보다도 이를 강조한 정치인이 문 대통령이다. 그중의 하나가 혁신도시 시즌2다. 300여개 공공기관을 추가로 전국의 10개 혁신시도시에 이전시킨다는 정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임기 4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도 실행계획도 없고 의지 표명도 없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임기 한달여를 앞둔 지난 7월 본인의 임기 중에는 어렵다고 언급한 것이 고작이다. 그 뒤엔 정부도, 민주당도 관심 밖이다. 한술 더 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나아가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향이야 맞을 망정 방법론과 추진동력에 대한 대책이 없다. 혁신도시 시즌2도 실행하지 못하면서 더 큰 놈을 잡겠다고 하니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번엔 지역균형 뉴딜정책이 나왔다. 지역균형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이며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문 대통령 시도지사 회의 발언) 사업비 160조 중 절반에 달하는 75조 이상이 지역 단위 사업이다. 그런데 사업 기준도 명확치 않거니와 대부분 기존 사업들이 뉴딜사업으로 포장돼 있다. 이를테면 노후 공공주택 리모델링, 하천하구 쓰레기 수거, 야생동물보호, 지역혁신 선도 연구센터 건립, 전기차 구매지원, 국민체육센터 친환경 재구조화 등 많은 사업들이 그린뉴딜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업과 예산이 광역시도별, 초광역권 위주로 배정되다 보니 전북처럼 조그만 지역은 혜택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겉 포장만 지역균형일뿐 속내는 빈익빈 부익부, 지역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새만금도 빠질 수 없다. 방조제를 막은지 10년이 지난 지금 방조제를 헐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마스터플랜을 바꾼 것도 대여섯번이나 된다. 그래도 희망고문은 계속된다. 최근엔 새만금이 그린 뉴딜의 최적지다. 새만금을 그린뉴딜 1번지로 만들겠다(민주당)는 비전이 나왔다. 뉴딜은 일자리 확충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풍력발전, 태양광, 녹색산업 등 그린뉴딜 관련 제조산업이 들어서야 한다. 헌데 이런 기반 확충 구상도 없이 장밋빛 정치언어만 난무한다. 정치인들이 바뀌면 새만금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세월은 화살보다 더 빠르게 흘러 어느덧 문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제3금융중심지, 공공의료대학원, 군산조선소 재가동도 공중에 떠 있다. 모두 대선 공약들이다. 지난 4년 간 배를 띄우고 노를 젓긴 했는데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인지, 도대체 목표를 향해 가고 있기나 한 것인지, 아니면 몇몇 정치인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노를 저어온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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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4 20:55

웅치전적지 사적(史蹟) 지정을 위한 선결조건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사적(史蹟)은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또는 관상적 가치가 큰 국가지정 문화재다. 역사의식과 민족정신이 담긴 교육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임진왜란 때 호남을 지켜 나라를 구한 완주 진안 일대(곰티재)의 웅치전적지를 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웅치전투는 곡창인 전라도를 지킨 가장 중요한 전투로 평가 받는다. 전주성 방어선인 이 전투에서 수많은 왜군이 전사한 것으로 유성룡의 징비록은 기록하고 있다. 이 항전이 있었기에 다음날 전주 인근의 안덕원 전투에서 왜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왜군은 전주성 공격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당시 호남이 얼마나 중요했던 지는 웅치전투 이듬해인 1593년 7월16일 이순신이 사헌부에 있던 친구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호남은 국가의 보장(保障)이니 만약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 이순신 전서에 나오는, 그 유명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론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재조명 학술대회에서도 웅치전투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승전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 기념물(제25호)로만 지정돼 있을 뿐이다. 사적 지정은 지난한 작업이다. 역사적 의의와 학술적 가치, 용역, 시굴 및 발굴, 문화재 보호구역 설정, 학술대회, 정비계획 수립, 주민공청회 등 조건이 복잡하다. 웅치전적지의 경우는 몇차례 학술대회가 열렸고 역사적 학술적 가치도 인정 받고 있다. 관련 용역도 11월 말 납품된다. 지표조사는 돼 있지만 시굴 및 발굴 등 정밀조사는 향후 과제다. 더 중요한 것은 웅치전적지가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두 지역에 접한 경우는 사적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두 지역은 기념행사나 추모행사를 따로 추진하고 있고 향후 어느 곳이 주(主)가 될지, 부(副)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에 관심이 크다. 전투장소, 문화재 출토, 구역설정을 놓고도 충돌할 수 있다. 두 지역의 갈등과 대립이 노골화되면 웅치전적지 사적 지정은 하세월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때도 그랬다. 황토현전승일과 무장기포일을 놓고 정읍과 고창의 유족회 등 관련 단체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토론회장에서는 폭력사태까지 일었다. 조율이 불가능해지자 마침내 전북도가 정부에 직권 제정을 요청했고 정부는 2018년 황토현전승일(5월11일)을 국가기념일로 선포했다. 10년 이상을 허송세월하고 나서야 국가기념일이 제정된 것인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웅치전적지 사적 지정도 전북도가 TF팀을 구성하는 등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고, 완주 진안군과 관련 단체는 사적지정 숙제를 전북도와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면 성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영일 전북도 학예연구관은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6개월만에 사적 신청업무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적 지정의 최후 관문인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의 위원장을 이재운 전주대 교수가 맡고 있고, 이경한 원광대 교수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여간 호재가 아니다.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지역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웅치전적지가 역사적 가치와 위상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다. 호국선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전북의 자긍심과도 연결된 사안이다. 송하진 도정 임기 내에 웅치전적지가 국가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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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3 17:49

코로나 속 의료파업 정부와 의협은 뭘 얻었나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코로나 창궐 속에 의료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정부와 의협이 알맹이도 없는 합의문을 쥐어들고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뇌리에 남는 게 있다. 대한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의협 집단파업 때 배포한 홍보물이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느냐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파업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의사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 하나는 우월적 자기 인식이다. 공부 잘 해야 의대 가는 건 맞다. 하지만 공부 잘 했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의사가 되는 건 아니다. 공부는 잘 해서 의대에 갔지만 실력이 없어 손가락질 받는 의사도 많다. 배출된 적도 없는 공공의대 의사를 답지로 묶어 비교 선택하도록 한 건 유치하다. 공부 잘 했다는 의미는 뭔가. 편의적인 도구로 측정한 결과 남보다 낫다는 것에 불과하다. 측정도구에 충실히 따랐다는 의미일 뿐이다. 인간의 종합적인 평가지표도 아닌 걸 갖고 스스로 우월적 자기인식을 하는 건 허황되고 편협하다. 전교 1등을 하지 않았어도 자기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많다. 성적은 그렁저렁 했지만 사회에 나와 큰 울림을 주는 사람들도 부지기 수다. 다른 하나는 공감능력이다. 의사는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경쟁은 이기적 속성을 낳고 살아남은 자는 우월감을 갖기 마련이다. 이런 조직문화에 젖다보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를 보는 눈, 국민눈높이 판단 등에서 자신도 모르게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 창궐 상태에서의 파업도 그런 경우다.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생명을 잃는 일이 벌어졌고, 진료거부로 수술을 연기해야 했던 환자도 있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사 휴진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이다. 의사는 존경 받는 사회 지도층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뒤따른다. 의협은 이익단체 이상의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줬어야 했다. 코로나 사태, 국민생명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며 한발 물러섰더라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공감능력은 국민 마음을 얻는 힘의 원천이다.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법석을 떨었지만 어정쩡한 합의문이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때까지 중단하고, 안정화 뒤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한다 재논의 시점은 백신이 개발돼서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받는 내년 말쯤이 될 것이다.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의료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것이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정원 49명)를 공공의대로 확정 발표한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안도 덩달아 휩쓸려 떠내려 갔다. 의협은 시간을 벌었지만 잃은 것도 크다. 가장 뼈아픈 건 의사에 대한 존경심 상실일 것이다. 정부도 얻은 게 없다. 타이밍을 놓치고 부실한 의료개혁안을 내놓아 파업 빌미를 주었다. 그리고 집단 행동에 백기 투항한 꼴이 됐다. 176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힘만 믿고 담금질도 없이 추진했다면 더 큰 일이다. 의사는 당연히 늘려야 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대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진통 없이 의료개혁이 성사된 적도 없다. 의료정책은 입법의 문제다. 국회가 주체가 돼 재논의 시점을 앞당겨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했으면 좋겠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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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8 17:24

약탈적 아파트시장 교란행위 두고만 볼텐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이 지난 7일부터 시작돼 향후 100일 동안 펼쳐진다. 중과세 등의 고단위 처방에 이어 정부가 특별단속이라는 칼을 꺼내든 것이다. 거래질서 교란, 불법 중개, 재건축재개발 비리, 공공주택 임대 비리, 전세 사기 등이 경찰청의 중점 단속 대상이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지난 4월 전주지역 아파트 분양권 및 거액 프리미엄 불법 거래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껏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행정조치나 단속행위 등은 으레껏 무슨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법석을 떤다. 이른바 뒷북치기인데 물고기가 다 빠져나간 뒤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마뜩치 않다. 전주지역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약탈적 시장 교란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못지 않게 핫한 지역이다. 신규 아파트 세대 당 5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주 효자동 효천지구의 경우 공급면적 108㎡가 지난해 입주 당시 3억 2030만원이었던 것이 1년만에 4억 3000만원에 거래됐고, 웃돈 5000만원이 붙었던 서신동 바구멀 재개발 아파트도 최근 입주 이후 입주권에 대한 웃돈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송천동 에코시티 아파트도 입주 이후 6000~8000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전북일보 보도내용 인용) 지난해 12.16 수도권 부동산규제 대책이 나오자 지방에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대전 등 외지 투기세력이 버스를 대절해 마치 백화점 쇼핑하듯 전주의 신규 아파트를 10채, 20채씩 사갔다. 가격이 오른 뒤 빠져나가는 기획투기이자, 약탈적 시장질서 교란행위이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는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물량이 적은 40~50평형대 아파트는 2억원대 웃돈까지 붙었다. 문제는 투기자본은 프리미엄을 챙긴 뒤 빠져나가고, 바톤터치하는 우리 지역의 실수요자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한번 오른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고 자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한때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가격을 할인 세일한 적도 있다. 전주지역 주택보급률은 113%나 된다. 지난 10여년 새 전주 인구는 65만명 선으로 제자리걸음이지만 새 아파트는 2만 5000여세대가 공급됐다. 혁신도시 5518세대, 만성지구 4583세대, 에코시티 8109세대, 효천지구 4436세대가 모두 완판을 거듭하며 소비됐다. 재건축 재개발단지 아파트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599세대가 공급됐다. 현재 공사중인 재건축 재개발단지 아파트도 4개지구 4955세대에 이르고, 추진중인 재건축 재개발단지 아파트 역시 9개지구에서 1만1060세대나 된다. 서신동 감나무골(1986세대)은 포스코건설과 한라건설이, 중노송동 기자촌(2225세대)과 덕진동 하가지구(1828세대)는 각각 영무건설이, 효자주공3단지(2236세대)는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수요공급의 원리가 파괴되고, 주거공간의 입지적 조건이 무시되는 기형적 아파트시장이 만들어진 건 불행이다. 특히 전주 같은 살기 좋은 곳이 약탈적 투기 대상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떴다방이 판치고, 미등기 전매 투기꾼이 기승을 부리며 세금탈루가 우려된다고 지역언론이 수도 없이 외쳐댔지만 민선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투기자본의 약탈적 행태, 프리미엄을 노린 묻지마 투자, 가격 거품, 거래질서 교란, 실수요자 피해 등 사회 경제적 병리현상은 그냥 놔두선 안된다. 수도권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속적인 고강도 단속과 개선대책이 실수요자와 서민을 보호하는 길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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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1 16:36

표류하는 ‘혁신도시 시즌2’ 민주당은 식언할 텐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나라를 나라답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은 4대 비전 13대 약속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여섯 번째 약속이 혁신도시 시즌2 공약이다. 혁신도시를 제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추가로 공공기관을 이전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헌데 문재인 정부 3년을 넘긴 이 시점에서도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이 추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을 열흘 앞둔 4월6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 이후 300개 가까운 공공기관이 새로 생겼는데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랬던 이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 임기 내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안된다며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당 지도부와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6월2일 기자간담회). 책임윤리가 의심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그야말로 원론적인 언급이다. 정치지도자들의 립서비스만 난무할뿐 균형발전정책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이다. 지방분권, 지역분산, 국가균형발전은 참여정부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이다. 그런데도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이나 재정분권 같은 숙제는 뒷전에 밀려 있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대비 50.002%에 달한다. 참여정부 당시 47%였던 것이 3% 포인트나 높아졌다. 수도권 신도시 지정,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공장 총량제 해제 추진, 수도권 유턴기업 보조금 지원 등 실제로는 수도권 과밀을 부채질하는 정책들이 선택된 탓이 크다.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면서도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이 추진되는 건 아이러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기회비용이 많이 들고 지방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대책도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에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53개 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이관 이전이 없었다면 지역경제는 끔찍했을 것이다. 이제 혁신도시 시즌2를 본격화해 균형발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기업의 유관기관 또는 연구개발 기관과, 각 지역에 특화된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을 이전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 그것이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특화, 연관 산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프랑스의 앙티폴리스,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로폴,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등은 산학협력과 기술혁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혁신도시들이다. 혁신도시 시즌2는 민주당의 정책공약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는 구체성을 띤 종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마땅하다. 그리고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강력히 추동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집권 정당의 대국민 약속이 내팽개쳐진다면 내년 보궐선거나 내후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심판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치권 차원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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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4 16:57

압승한 민주당 경쟁 없이 대충 가자는 것인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415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이젠 당내 정치리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8월말 전당대회를 앞둔 시도별 전당대회와, 내달 후반기 지방의회 원 구성 모두 지역의 리더를 선출하는 중요한 정치이벤트다. 임기 2년의 시도당 위원장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물론 2022년 대통령 후보 경선과 지방선거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지역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라서 당권 대권주자들의 러브 콜도 주목된다. 그런데 전북에선 지역정치를 대변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당 위원장을 놓고 합의 추대 운운 하고 있다. 경선을 치르면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인데, 압도적 지지를 받은 집권 여당으로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전북도당 위원장 경선은 전 도민이 하는 것도 아니고 전 당원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 대의원(50%현장투표)과 권리당원(50%자동응답전화 투표)의 참여로 결정된다. 때문에 축제 분위기로 이끌 수도 있다. 왜 분열만 생각하는가. 다른 하나는 상황논리다. 전북은 지금 나약한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정치역량에 반신반의하는 정서가 많다. 중앙당 내 존재감이 흐릿하고 전남 광주에 비해서도 정치역량이 약하다. 경우에 따라선 중앙당에 눈을 부라려야 할 때도 있고 전북몫을 찾기 위해 전남 광주와 대립각을 곧추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나 마찬가지인, 합의 추대된 도당 책임자가 과연 저항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는 경쟁은 곧 힘이라는 사실이다. 경선을 하게 되면 정책구상을 발표하게 되고 지역발전과 도민이익 관련 정견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경쟁을 통해 선출된 도당위원장은 중앙당과 정부, 청와대에 이른바 말발이 서고 도당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자산을 키울 수 있다. 출마의사를 밝힌 이상직 김성주 의원뿐 아니라 누구든 경쟁할 때 전북의 정치역량도 강화된다. 다른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경쟁구도인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당, 경기도당은 3선과 재선, 인천시당은 재선 의원끼리,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재선과 초선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럴진대 왜 전북만 합의 추대 운운 하는가. 합의 추대는 국회의원 숫자가 적거나 정치력이 약할 때 쓰는 방법이다. 압승한 민주당이 경선을 놔두고 추대 운운 하는 건 확장이 아닌 위축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후반 2년씩 나눠먹기 구상은 최악의 카드다. 지방의회도 다음달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시끄럽다. 중앙당 지침을 근거로 인위적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민주당이 개입해서 특정인을 노른자위 자리에 앉히는 행태다. 나눠먹기, 할당제, 낙하산 등 짬짜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당 독주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북도의회 의석 39석 중 36석(92%)이 민주당 소속이고, 시군의회 역시 민주당 판이다. 지방의회에 맡겨 두면 될 일을 자기 입맛에 맞게 진용을 짜려는 수작이겠는데 이는 곧 의장단을 하수인으로 만들고 자치정신에도 어긋나는 개입이다. 도의회 의장은 매월 500만원 선, 부의장은 250만원, 상임위원장은 15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쓴다. 지역정치를 움직이는 노른자위 자리다. 시민세금으로 수천만원대 연봉에다 수백만원대 활동비를 받아 쓰는 시민대표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지방의원 스스로도 외세(?)에 의지해선 안된다. 당을 끌어들여 감투를 쓰려는 지방의원은 배척 1순위로 삼아야 옳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데 누가 이걸 지켜 주겠는가.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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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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