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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행복하지 않았다

김현란 여성교육연구소 대표

 

1981년 7월 29일 전 세계 수십 억 시청자들은 TV로 생중계 된 영국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스펜서의 결혼식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현대판 신데렐라인 다이애나가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하고 황금빛 마차에서 내려 황태자와 나란히 서서 결혼서약을 하는 모습에 많은 여성들은 열광하였고 그녀의 행복을 부러워하였다.

 

그러나 황태자에게는 카밀라 파커 볼스라는 내연녀가 있다는 것이 곧 드러났고, 다이애나는 거식증, 불면증,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다. 남편의 배신에 대한 다이애나의 반응은 다른 남자들과의 무분별한 애정행각이었고, 결국 1996년 이혼을 하게 된다. 그 후에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던 다이애나는 1997년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심야에 파파라치의 차량에 쫓기다가 당시 사귀었던 아랍인 애인 도디와 함께 36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다이애나 황태자비 이전에도 또 하나의 신데렐라가 있었다. 미국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의 국왕 레이니에 3세와 화려한 결혼식을 올려 수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청순과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그레이스 켈리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술과 방탕한 남성편력으로 보상받으려 했고,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 받다가 이혼을 앞두고 1982년 53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황금빛 마차를 탔던 두 여성은 모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다(일부에서는 이들의 죽음이 왕실과 정보부에 의해 사고로 조작된 암살이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왕자의 사랑을 갈구하였지만 보수적인 왕실의 법도와 세상의 여론에 대해서는 무지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깨지기 쉬운 유리 구두를 신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어쨌든 동화와는 달리 현실의 신데렐라들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와는 달리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았던 여성들도 있다. 테레사 수녀는 예외로 치더라도 화려한 명성을 지녔던 배우 오드리 헵번이나 캐서린 헵번의 예를 들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은 두 번의 이혼이라는 불행을 겪었지만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서 굶주리고 병든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헌신적인 활동을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4개 국어로 직접 연설을 하고 기금을 모으고 수없이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도 64세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청바지가 잘 어울렸던 옷맵시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또 뛰어난 미인도 아니었고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던 캐서린 헵번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4번이나 수상하여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여배우로 인정받았다. 그녀는 연기 외에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철학 석사와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던 지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으로 96세까지 장수하였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은 한결같이 신데렐라 같은 소녀들이 왕자를 만나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끝맺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많은 여성들이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와는 달리 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결혼 생활에는 수많은 갈등과 복잡한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행복으로 가는 문의 열쇠는 여성 자신이 쥐고 있다. 그것은 올바른 가치관, 끊임없는 자기계발, 인생에 대한 주체성과 책임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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