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오천초 교장
따라서 학급은 학업성취도가 각기 다른 다인수로 구성되고, 교사는 중간수준 학생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상위 수준 학생은 학습이 지루하고 하위그룹에서는 낙오자가 생긴다. 이를 보완하고자 수준별 수업·수준별 이동수업을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학력은 하향 평준화되고 부적응아 수가 증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 제1항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30여명이 수학 공부하는 모습을 가정해보자. 교실에는 선행학습을 한 아이, 학력이 우수한 아이, 보통아이, 지적 능력이 낮은 아이 등이 뒤 섞여 있다. 1학년 수학 교육과정은 자연수 20 미만의 가감산, 시계보기, 간단한 도형 영역 등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학습량이 적고 난이도가 낮다. 이것을 1년간 일률적으로 가르친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와 학력이 우수한 아이는 능력이 제한되고, 학력이 부진한 아이는 능력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한다. 상급학년으로 진급해도 악순환은 계속된다.
보통 예체능이나 바둑, 독서 등은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 교육을 한다. 김연아, 박태환, 조수미, 이창호 등은 능력에 맞는 교육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로 미루어볼 때 교과학습 분야도 능력에 따른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학습자의 능력이 제한되거나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고, 능력에 상응한 학습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능력껏 공부할 경우 학력격차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을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핀란드와 우리의 현실과 제도와 지원의 차이가 크지만 말이다. 핀란드는 학습자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 교육을 한다. 먼저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전적으로 교사에게 일임한다. 또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하고, 잘 못하는 아이는 목표하는 학력에 도달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 고등학교는 무학년제, 학점제를 운영하여 학생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육 관련자들이 핀란드에 가서 장?단기 연수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훌륭한 시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필자는 초·중·고 별 학제는 현행대로 하되, 연령에 따른 학년제를 학력에 따른 무학년제로 전환할 것(2012,7,18,전북일보)을 제안하면서 사다리 학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사다리 학습은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을 하기에 적절하다. 교과서를 재편성하여 만든 사다리 학습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학력우수아나 부진아 공히 자기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므로 학습자의 능력이 제한받지 않는다. 학력 부진아나 학교 부적응아가 발생하지 않고, 학력우수아가 능력껏 공부하기가 좋다. 또한 학년제는 그대로 하고, 학력에 따른 무학년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현 교육체제와도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수월성 교육목적으로 설립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고, 노벨상 받기를 갈망하면서 능력을 제한하는 교육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사다리 학습은 학생을 성적순으로 나누거나 경쟁을 유도하지 않는다. 수준과 능력에 따라 스스로 세운 학습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간다. 학습자의 서로 다른 능력이 존중되고, 타고난 능력이 제한받지 않는 교육방식이다. 수업방법의 왕도는 없지만 사다리학습이야말로 상처받지 않는 인성과 수준에 맞는 지성을 갖춘 인간을 만드는 학습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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