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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는 시작일 뿐

▲ 임 성 진

 

전주대교수·전북참여연대공동대표

야권 단일후보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오늘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TV 토론이 열린다. 그동안 야권 단일화논의를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이제라도 두 후보의 면면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이번 토론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토론은 또한 곧 있을 여론조사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양측이 사활을 걸고 임하는, 그야말로 뜨거운 공방의 장이 될 걸로 예상된다.

 

사실 단일화협상 중단이라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된 지난 며칠 동안에도 결국은 두 후보가 다시 단일화논의에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한 국민들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권교체와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서 단일화 실패란 곧 모든 것을 잃게 됨을 의미한다는 것을 두 후보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안후보의 단일화중단 선언이후 문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지율이 요동친 것은 야권단일화의 중요성에 대한 확실한 여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처럼 후보단일화가 대선의 중심이슈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단일화협상이 급진전을 이루었으니,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과거 노무현후보 시절을 떠올리며 들뜰 만도 하다. 그러나 후보단일화가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 조건임을 인정하더라도 지금처럼 단일화프레임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상황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권교체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야권은 잊어서는 안된다. 과연 이번 선거가 정권교체 그 자체에만 목적이 있는지, 또 단일화라는 정치공학적 과정을 통해 정말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건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일화는 잠시 제쳐두고 조금만 뒤돌아보아도 우리는 야권단일화라는 게 실상 얼마나 초라한 발버둥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후보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선후보 중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4·11총선에서는 야당이 압승할 수 있는 명백한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오만과 기득권안주로 인해 야권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진보정당은 총선이후 도덕성의 근간을 상실한 채 와해되고 흩어졌다. 결국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철학이 각각 다른 야권이 하나로 뭉치는 단일화전선을 만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 등장한 안철수현상은 한순간에 단일화의 프레임을 바꾸어 놓았다. 정당정치의 근본적인 변화 대 기성정치라는 대립구도로 정치구조가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야권단일화는 기능적 정당연합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위한 파괴적 창조로 그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여기서 20, 30대를 중심으로 드러난 변화의 열망과 정치쇄신의 요구는 실상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도 아니고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도 아님을 정치권은 직시해야만 한다. 만약 이러한 정치변화의 열망이 야권단일화의 내용과 틀에 만족스럽게 반영되지 못하면 이들은 하시라도 다시 정치에 등을 돌릴 것이다.

 

16대까지의 대선은 누가 1,000만표를 얻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고, 지난 17대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후보를 겨우 57만표차로 따돌렸다. 전통적인 1,000만표를 지키면서 플러스 알파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 여권지지층을 고려할 때 야권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단일화는 전략과 전술이 아닌, 진정성 있고 과감한 기득권포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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