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정치권이 쪽수 문제를 들고 나왔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앞질렀는데 선거구 수(25개)가 호남(30개)보다 적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역동적인 대전포럼'이란 단체도 지난달 16일 선거구 증설 학술토론회를 열어 선거구 증설을 여론화 했다. "인구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 수를 배분하는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선거구 증설 공약을 지방선거 때 추진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쪽수' 적다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충청권의 민간단체와 새누리당,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이 문제를 노골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쪽수에 관한 한 뾰족한 대책이 없기도 하거니와 충청권의 정치력 확장 여파가 전북이나 호남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사실 충청은 호남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호남인구는 352만 명이었지만 충청권은 212만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 5월말 충청권 인구(525만 136명)는 호남(524만 9728명)을 408명 앞질렀다. 건국 이후 처음이다. 지금은 1만7129명(10월말)이 더 많다. 세종시 출범으로 인구유입이 늘었고 수도권 규제로 기업과 공공기관이 꾸준히 충청지역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쪽수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매가 먹잇감을 나꿔채듯 충청 정치권은 이를 정치력 확장의 호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호남을 걸고 있다는 게 영 거슬린다. 옛날로 치면 한 주먹 감도 안되는 녀석이 좀 컸다고 깐죽대는 식이다.
문제는 단순히 선거구 몇석 증설이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통해 끊임 없이 또다른 무엇을 쟁취해 나갈 것이라는 데에 있다. 벌써부터 발톱을 드러내 놓고 있다. "호남보다 인구가 많은데 장관급 이상 고위직은 적고, 내년 예산 반영도 미흡하다"며 정부와 당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향후 인사, 예산, 사업 등 전반에 걸쳐 호남을 걸고 넘어지면서 야금야금 먹어갈 것이다.
충청 정치권은 고단수다. 영·호남 틈새에서 취약한 정치력을 캐스팅보트로 활용하면서 존재감을 극대화했고, 선거와 정부인사에서 실리를 챙겼다.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던 도광양회(稻光養悔)에서 벗어나 이젠 유소작위(有所作爲)의 기세로 변했다. 힘을 길렀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사안의 핵심은 쪽수다. 병법에서도 쪽수는 매우 중요하다. 양만큼 계량하기 쉽고 정확한 조건도 없다. 정치력은 쪽수에 비례한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호남의 존재감이 무력해지고 과거의 충청처럼 호남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살아남는 꾀를 부려야 할지도 모른다.
응집력 높일 수 있는 지도자 선출을
광주·전남권은 그나마 낫다. 이달 말 중앙관료와 기업인, 법조계, 학계, 여성·청년계 인사들이 하나로 뭉친 '광주·전남미래포럼'을 창립해 세력화할 예정이다. 각계의 쟁쟁한 인사 94명이 발기인으로 나섰다.
전북이 문제다. 콩가루 집안처럼 응집력도 없고 전남·광주처럼 세력화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나 혼자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은 결국 리더십에 달린 문제이다. 역동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판이 짜여야 지역이 생동한다. 쪽수가 적으면 응집력과 질로 승부해야 한다. 이런 시대흐름을 읽고 실천할 정치리더가 필요하다. 정치리더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다. 총선은 물론이고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도민들이 눈을 부릅 떠야 한다. 그럴 때 전북도 역동적으로 바뀔 것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