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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를 든 사람들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민선 1·2기 전북도지사를 지낸 유종근 전 지사는 정읍이 고향이고 익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51세이던 1995년 도지사 후보로 나섰을 때 지역에서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가 미국 뉴욕주립대학원을 졸업했고, 뉴저지주립럿커스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는 점, 김대중 총재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 경제 전문가라는 점 등이 도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내세워졌다. 하지만 김대중 측근이라는 것 외에 그의 도덕성과 능력이 검증된 바 없었다.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종근은 경제전문가, 김대중의 두터운 신임 등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첫 도전에서 총 653,295(67.20%)표를 얻어 당선했다. 1998년 민선 2기 선거에 단독 출마한 그는 경력란에 ‘대통령 경제고문’을 추가했고, 총 758,141(100%)표를 획득해 재선에 성공했다.

 

19년간 자치단체장 16명 중도하차

 

그가 도지사에 당선됐을 당시 전북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분 황색바람이 거셌다. 막대기를 꽂아도 노란색과 기호2번이면 당선되던 시절이다. 그에게 김대중과 노란색, 기호 2번이 없었다면 도지사에 도전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호사다마인가. 유 전 지사는 파죽지세의 여파를 몰아 2002년 초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해 5월 군산 F1그랑프리 대회 유치 업체인 세풍측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5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괜히 잊혀진 과거사를 들추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기호 2번 공천권을 따내고 치열한 선거전을 치러 당선의 영광을 안은 단체장들이 지위를 활용해 독배를 마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9년 동안 도내에서 당선된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모두 47명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임기를 제대로 마친 것은 아니다. 전체의 34%인 16명이 힘겹게 오른 고지에서 떨어졌다.

 

민선 1∼5기 동안 비리와 선거법 위반, 의회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교도소에 가거나 중도 하차한 단체장은 유종근을 비롯해 이창승(전주), 김길준 강근호(군산), 국승록(정읍), 윤승호(남원), 김상두 최용득(장수, 최용득의 경우 배우자 선거법 위반으로 자진 사퇴), 이형로 이철규 김진억 강완묵(임실, 이형로의 경우 최종 무죄 판결), 강수원 이병학 김호수(부안) 강인형(순창) 등이다. 교육계에서는 염규윤 씨가 교육감 선거에서 백지수표 뇌물을 교육위원들에게 돌렸다가 낭패를 당했고, 최규호 씨는 뇌물을 받은 혐의가 퇴임 후 들통나자 도주, 잠적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교육감은 전북을 이끌어가는 최일선의 지도자들이다. 지도자가 정신 못차리고 썩으면 지역사회는 낙후되고 위축된다.

 

쥐 잡는 고양이가 진짜 고양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패한 지도자는 쥐새끼 한 마리 잡지 못하면서 본인은 물론 초가삼간마저 태우는 공공의 적일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몇몇 후보는 본인과 측근 관리를 못해 결국 3선 고지를 넘지 못했다. 몇몇은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

 

당선인들 수많은 유혹 이겨내야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모든 당선자들은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들이 출사표에서 밝혔듯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해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일만 남았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재점검하고, 상대가 내건 공약도 지역 발전에 필요한 좋은 정책이라면 취하는 넓은 자세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당선자들은 모두 당선 순간 독배를 손에 들었다. 그가 마시지 않는 한 독배는 그를 지켜주는 수호신 구실을 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마시는 순간, 그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사람들이 그 증거다. 제발 한 눈 팔지 말기를 바란다. 주민에 봉사하겠다고 그 자리에 섰지 않은가.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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