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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중심 보육 정책, 사회적 성찰 필요

▲ 조경욱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어린이집에 시간당 1000~2000원을 내고 시간단위로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시범 사업’이 이달 28일부터 전국 61개 시·군·구 71개 어린이집과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실시된다.

 

전업주부가 병원치료나 외출 등 일시적 필요에 따라 시간제 보육을 신청하면 월 40시간 내에서 시간당 2000원을 부담해 이용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와 학생, 한부모 가족 등은 월 80시간까지 시간당 1000원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가정에 지원되는 양육수당(월 10만~20만원)은 시간제 보육과 상관없이 지급된다고 한다.

 

시간제 보육서비스 시범사업 실시

 

기존의 보육욕구조사에 의하면, 시간제 보육은 다양한 보육서비스 중 부모들의 욕구가 매우 높은 보육형태이다. 이는 시간제 노동, 재택근무, 부정기적 일용노동 등 고용형태의 다양화, 양육기능이 취약한 가족의 증가, 여성의 사회활동 욕구 증가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대리양육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보육시스템은 단시간의 일시적인 보육이 필요한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반일제나 종일보육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동이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보육시설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보육은 보육서비스의 남용을 방지하고 부모양육을 지지하여 아동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걸맞다.

 

그러나 ‘시간제 보육서비스’ 사업이 염려스러운 점은 정책의 본래 취지나 배경을 벗어나 무분별한 이용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 기회의 박탈, 부모의 양육책임과 의무의 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제 보육시범 사업은 경제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특성 상, 과도한 수요가 발생해 오히려 서비스를 꼭 이용해야만 하는 대상자가 배제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다. 또한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이용해도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은 중복 수혜의 문제도 안고 있기 때문에 정책시행을 위한 꼼꼼하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체 영유아의 4분의 3이 보육기관에 다니고, 돌이 되기전 아이들의 3분의 1 이상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현 상황은 영유아 아동을 훈육하고 기르는 교육공간이 더 이상 가정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을 접하며 깨어 있는 시간 기준으로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며 자라게 됐다. 돌봄의 중심이 더 이상 가정이 아닐 때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은 짧기만 하다.

 

'부모' 보다 '아동' 우선하는 정책을

 

고용보험 가입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확대와 실질적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직장문화의 변화, 비정규직의 출산휴가 보장 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여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기간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아울러 충분히 집에서 돌볼 수 있는 가정까지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시행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녀의 올바른 성장에 대한 개별가정의 책무성, 혹은 인간의 성장에 대한 주 양육자의 책임을 다시한번 점검해보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보육제도와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가 ‘부모’보다는 ‘아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욱 소장은 일본 북쿄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발전연구원 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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