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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농민, 故 이수금 의장의 뜻과 열정 새기며

고인이 꿈꾸던 농민해방 민주화·통일의 염원은 후세에 영원히 기억될 것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삶이 있으면 누구나 죽음이 있다. 숱한 인간 군상들의 회피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예외 없는 죽음 앞에 인간들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다른 표현이다.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모든 인간들이 모두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 앞에서 후회와 회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지는 않지만 인생을 다해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단련하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던져 조국의 해방이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낮은 곳에서 늘 함께한 분들이 있다.

 

큰 어른의 삶을 산 것이다. 큰 어른을 많이 가진 민족이나 국가. 사회는 내적인 힘이 깊고 튼튼하여 저력을 가진 사회라고 볼 수 있다. 몽골과 일본 침략 등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민족의 존망이나 국가의 위기 때마다 굴하지 않고 끝내 이 강토를 지킨 것은 왕이나 위정자들이 아니라 온몸으로 민족과 강토를 사랑한 소수의 변방지도자들과 이를 따른 민초들이었다.

 

쌀 관세 문제로 농민과 농업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즈음에 이 땅의 영원한 농민 이수금 의장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 존귀하지만 내가 보고 겪은 숱한 활동가와 지도자 중에서 이수금 의장 같은 분은 다시금 보지 못할 것 같다. 이수금 의장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1988년 일이다. 1989년부터 함께 활동을 시작하여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북연합,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을 비롯한 열거할 수 없는 사업과 투쟁을 함께한지 25년 세월이 넘었다.

 

항상 스스로 노력하여 세상을 터득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일과 투쟁을 제대로 병행한 몇 안 되는 이 시대의 참농군이며 활동가요 지도자였다. 워낙 부지런하며 천하장사 능가하는 힘과 열정으로 아스팔트 농사는 물론 사회각계각층의 저항과 투쟁이 있는 곳은 어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함께 가자 이 길을!’ 몸소 실천했다.

 

그러면서 농사도 무척 많이 지었다. 빈 몸으로 시작하여 젊었을 때부터 넓히며 일군 백마지기 넘는 논과 밭, 산과 하우스 작물에 이르기까지 하루를 범인의 몇 배로 나누어 쓰듯이 땅을 가꾸며 활동하고 배워나가면서 스스로 성장하였다. 흔히 여타의 부문운동가들과 지도자들이 가지는 외골수와 고집, 편견도 극복하고 소통할 줄 알며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숱한 수배생활과 투옥, 투쟁과 일상에서 보여준 낙천성 및 패기와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 활동가들과 스스럼없는 토론과 생활로 항상 젊은 정신을 유지하며 혁신과 개혁에 앞장섰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지도자였다. 이수금 의장은 누가 뭐래도 농사 현장과 투쟁의 현장에서 빛이 나는 분이었다.

 

흔히 많은 지도자들은 자기 부문에 머물고 천착하여 여타의 부문을 고려하거나 전체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못했다. 고집스럽고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 의장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러하기에 농민운동의 지도자로 머물지 않고 전국 및 전북지역 전체운동의 지도자로서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다. 2000년대에는 시민운동의 지도자까지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자신을 성숙시켜 나갔다. 동료와 선배로서 스승과 어르신으로 누구와도 함께한 이수금 의장이었던 것이다.

 

이 의장은 결국 투쟁 현장인 차가운 겨울 농협 앞 야외 단식 농성 투쟁 과정에서 쓰러져 몇 년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활동의 끈을 놓지 않다가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이수금 의장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떠나보내지만 이의장이 꿈꾸었던 농민해방, 민주화와 통일의 세상은 늘 함께했던 사람들의 몫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불꽃으로 살아 숨 쉬며 보다 나은 세상과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드는데 등대와 나침반으로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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