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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맛의 고장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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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서서히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주말이면 부쩍 많은 관광객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닐고 있다. 하지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한옥의 아름답고 정겨운 분위기에 취하고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음식들로 배를 채우며 추억을 가슴에 담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최근에 자주 듣는 이야기는 “전주의 음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라고 한다. 품격이 예전만 못하고 음식점마다의 ‘독특함과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지 주변  음식점들은 두 번 찾기에 민망한 곳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높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대량 생산과 소비 등의 이유도 있지만 고유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오자 한탕주의와 과한 욕심이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하는 전주의 맛을 버리고 배달 음식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아직도 묵묵히 전통을 고수하며 특유의 맛을 간직하고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하는 가게들이 있지만 소수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배달음식으로 채워진다. 막걸리 동네의 대형 가게들이 특히 심하다. 전주 시민 대부분은 한옥 마을과 관광객이 붐비는 곳의 음식점을 찾지 않은지 오래이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한 현지인들은 ‘전주 맛’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 맛집으로 눈을 돌렸다.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맛집은 전주 구석구석에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를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미 현지인이 떠난 관광지 주변의 가게들이 전주의 대표 음식점이고 맛집으로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실망감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이다. 볼거리도 부족하고 먹을거리의 명성도 예전과 같지 않은 전주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수백 년을 이어온 ‘맛의 고장’의 수식어와 명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미 ‘남도 음식이 최고’라는 관광객들의 후기가 넘쳐 나고 있다. 광주. 해남. 목포 여수 등 광주·전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맛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의 입장에서 봐도 관광지 주변 전주의 대표적 맛집과 가게를 추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서민이면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던 한 상 가득 맛갈스러운 음식들로 채워진 ‘전주의 백반’ 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어 찾기 힘들다.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버무리거나 요리하여 어머니 손맛의 따끈따끈한 신선한 음식이 그때그때 맛깔스럽게 제공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잘 나가는 막걸리 타운의 안주는 대부분 배달 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전주의 막걸리는 제철의 다양한 나물과 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하여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음식 비법으로 맛자랑을 하고 있어 선택하며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누구나 단골집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맛의 다양함도 없어졌고 신선도는 알 수 없고 즉석에서 조리하여 주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비빔밥도 마찬가지이다. 가족회관. 고궁. 한일관 등 대표적인 명소들이 있지만 과거처럼 한 상차림이 서민 음식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콩나물국밥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대표적 맛집으로 프랜차이즈로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현대옥과 삼백집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근처의 콩나물국밥 가게들을 찾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전주시가 앞장서서 맛의 고장으로서의 전주의 고유한 맛을 간직하여 현지인과 관광객이 동시에 애용하는 비빔밥. 백반. 콩나물국밥 집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다. 맛집의 대가들과 전주의 맛을 사랑하는 시민, 관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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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맛의 고장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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