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베이비’ 등 좌충우돌 남자의 육아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은 꽤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모방송사의 육아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두 쌍둥이, 셋 쌍둥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육아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된 일로만 느껴질 정도의 착각을 불러 온다.
육아, 사적·여성 영역만은 아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에 힘입어 이제는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며 새로운 이슈도 아니지만 교육열 높기로는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과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한 몫 거들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세대조류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올 7월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내린 육아서 중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육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운 엄마 저자가 육아를 군입대 기간에 비유해 ‘군대 육아’로 표현하며 “3년간 짧고 굵게 몰입하라”라는 메시지와 초기 육아 3년을 잘하면 10년이 편하다는 저자 나름의 경험담과 육아비법을 전하고 있다.
필자는 비판적 시각에서 이 책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빠의 육아활동기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엄마가 3년 동안 눈 딱감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육아서를 통해 육아는 여전히 사적인 영역과 여성의 역할로만 규정될 수 있는 위험성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 내 여성의 책임으로 주어진 돌봄 노동을 사회화해 가기 위한 복지정책이야말로 ‘초 저출산국’을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국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데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사회정책은 이를 거스르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맞벌이 가정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해 온 ‘아이돌보미’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가 연 최대 72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소득에 따라 시간 당 1250~5500원이며 지난해 5만 1393가구가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서울과 경기도, 전북, 충북 등 다수 지자체가 예산부족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아이돌보미사업이 이렇게 파국에 치닫는 이유는 정부가 사업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렴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매년 수요가 늘고 있으나 이를 예측하지 못해 지난해에는 85억원의 불용액이 생기고 올해는 예산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라는 것이다.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한심한 정부의 정책도 문제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과연 이 정부에 있는지 의심이 간다.
아이돌보미사업 파국 원인 되새겨야
현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률 70%달성이며 이 중 여성고용률 제고는 최우선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중단은 곧 일하는 여성의 발목을 붙잡는 일이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허덕이다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여성들이 일을 그만 둔 사유로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라는 인프라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산과 양육이 유리한 환경조성과 인프라 확충이야말로 저출산 해법이며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최우선 책이다.
돌봄의 사회화가 정착될 때 ‘닥치고 군대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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