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인권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의 어깃장이 아닐까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먼저 밝혀둔다. 필자는 ‘자율’과 ‘인권’을 교육철학의 바탕으로 삼아 교육활동을 펼쳐왔고, 누구보다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몸부림쳐온 교사임을 자부한다. 27년여의 교직생활 동안 학생들에게 단 한 번의 체벌이나 언어폭력조차 구사한 적 없는 ‘선량한’ 교육자이며, 인권의식을 내재화해온 면에서나 학생들과의 삶 속에서 실천해온 면에서 교육감 못지않게 자긍심을 갖고 살아온 시민운동가임도 덧붙인다.
인권 포퓰리즘, 학교공동체는 해체 중
요즘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 아닌 농담이 오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 얘기만 하고, 중학교 교사는 학생 얘기만 한다.”
얼핏 들으면 교육주체들에 관한 담론이 오간다는 말 같지만 풀이하자면 서글프게도,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에 시달려 힘들고, 중학교 교사는 ‘중딩’ 때문에 힘들다.”는 자조 섞인 넋두리이다.
필자는 전북의 학교공동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심각한 해체 과정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상호관계가 일정하게 일그러져 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학생이 수업시간에 대놓고 스마트폰만 하고 있어 수업 진행에 지장이 많아져도 교사들은 적절히 통제할 수 없다. 못하게 하거나 꾸지람하면, “어, 인권 침핸데.”하며 대들거나 “교육청에 찔러버려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바람에 말문이 막히고 자괴감이 들어 더 이상 지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작은 한 예에 불과하다.
도내 고등학교에서 보충, 자율학습이 ‘자율 선택’이라는 허울에 사로잡혀 어떻게 손 하나 못 쓰고 ‘엉망’이 되었는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을 원망하는 학교가 많다. “없애지도 못할 거면서….”라며.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실내화를 착용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일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안이 발생하면 그 성격에 따라 냉정히 판단하고 접근해서 갈래를 잘 타야 할 도교육청은 학부모의 민원을 근거로 학교에 즉각 감사반을 보내 학교를 이 잡듯 들쑤신다. 의도한 바는 아니리라 믿지만,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학생, 학부모는 모두 옳은 게 되고, 교사들은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아이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교사일수록,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교사일수록 더 많은 책임이 돌아오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교사들은 열정과 의욕을 잃어가고, 많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다. 명예퇴직 신청 교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금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시각이다.
선언뿐인 인권으로는 변화 어려워
소위 문제교사들에 국한된 현상이라면 차라리 나을 텐데, 정말 괜찮다 평가 받는 교사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니 상황은 심각하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오랜 불신이 깔려 있고 학교의 탈권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도 모르지 않지만,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바라만 보기엔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
인권은 사회 각 구성원 간의 관계가 균형 잡히고, 조화를 이룰 때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그런데 지금 전북에서 교육주체 간의 관계는 균형을 상당히 잃어 가고 있다.
물론 모든 책임이 교육감에게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감이 전북교육계 전반에 보내고 있는 신호가 이러한 학교공동체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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