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옥마을이 급속도로 발전된 만큼 아쉬움도 크다. 우선 먹거리, 살거리는 넘쳐나지만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관련된 콘텐츠(contents)가 많이 미흡하다. 이런 면모는 많은 이들에게 한옥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한옥마을 정체성 관련 콘텐츠 미흡
원래 한옥마을은 두 가지 특성을 보여주는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첫째가 조선시대 이후 발전해온 ‘성(城) 내부 마을로서의 한옥마을’이다. 한옥과 함께 전주성(全州城)의 남문이었던 풍남문( 南門)과 빈객(賓客)을 맞이하던 객사(客舍), 아이들을 가르치던 향교(鄕校)가 이러한 한옥마을의 특성을 잘 말해준다. 둘째가 ‘조선왕조 본향(本鄕)으로서의 한옥마을’이다. 이성계가 머물렀던 오목대(梧木臺)와 그의 영정을 모시는 경기전(慶基殿)이 한옥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한옥마을은 위의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성 내부의 마을’ 보다는 ‘조선왕조 본향으로서의 마을’ 모습을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물론 한옥마을 내에 어진박물관이 있지만, 조선왕실의 구체적인 생활상이나 경기전의 확대판인 종묘(宗廟), 조선왕실의 상징물인 국새(國璽) 및 어보(御寶)와 같은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는 국립전주박물관의 전시나 교육과정에 담겨져 있다. 예컨대 역사자료실에는 이성계나 조선왕조의 발흥(勃興)과 관련된 내용이 전시물로 펼쳐져 있고,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국새 및 어보를 살펴볼 수 있다. 곧이어 개막될 〈종묘(宗廟)〉 기획전을 통해서는 종묘와 경기전의 차이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나는 조선의 왕이로소이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왕실의 음식과 복식, 세자의 교육, 즉위의례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체험교육이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한옥마을에서의 부족함을 메워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복잡한 거리에서 먹거리, 살거리에 집중하다가 전주시를 떠나고 있다. 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다가 생각하면서 힐링(healing)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주시를 떠난 사람들에게 과연 한옥마을은 어떤 존재로 남게 될 것인가.
전주 문화유적 연결 교통망 필요
이제부터라도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박물관을 연계시키는 교통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소리문화의 전당, 국립무형유산원과 같은 주변의 문화예술기관과 전주시 인근의 문화유적까지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교통망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에게 전주시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프로그램 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공세적 서비스체제도 구축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한옥마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는 길이며, 한옥마을을 또 다시 찾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요컨대 한옥마을만의 발전을 지향하지 말고, 전주시 전체가 한옥마을이라는 관점에서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전주시의 ‘문화력(culture power)’을 키워나가는 길이며, 또한 실질적인 ‘문화수도’로 성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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