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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보완해야 할 몇가지

정부, 지자체 길들이기 여전 / 통치권 차원 제도 개선해야 진정한 '풀뿌리 자치' 구현

▲ 수석논설위원

지방자치가 올해로 성년이 됐다. 1995년 7월 민선 자치가 시작된 지 꼭 20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다. 자치단체 사무의 72%가 중앙사무이고 지방 고유사무는 28%밖에 안된다. 사무 이양이 계속되고 있지만 노른자위 사무는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8대 2다. OECD국가 평균 6대 4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러니 ‘2할 자치’ ‘껍데기 자치’란 말이 나온다.

 

지방에 주는 교부세와 보조금, 각종 심사와 인센티브로 중앙정부가 자치단체들을 길들이기 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중앙정부에 순치된 세월이 20년이다. 풀뿌리 자치는 통치권 차원의 대대적인 정비 없이는 요원하다.

 

그럼에도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주민 참여와 협치, 주민 편익시설과 인프라가 크게 확충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생활환경과 삶의 질도 나아졌다. 주민은 객체에서 지역발전의 주체로 격상됐다.

 

그러나 폐해도 컸다. 생색내기 사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펼쳐졌다. 축제가 대표적이다. 자치단체마다 네댓 개씩 축제를 열고 있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사업들, 선거에 도움을 준 세력에 대한 보은성 사업들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도 예산을 낭비하게 하고 입찰질서를 교란하는 원인이다.

 

공무원 승진 인사는 좋은 먹잇감이다. 과거 임실지역 등이 뇌물 승진인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공직사회에서는 인사 뇌물만큼 ‘안전빵’이 없다고들 한다. 비밀 유지 때문이다.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현행 쌍벌규정 때문에 비밀이 보장된다. 고발한 사람은 벌을 면제해 주고, 돈 받은 사람만 처벌하도록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 이것만 고쳐도 뇌물수수관행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공직선거법 소송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도 숙제다. 작년 6·4 지방선거에서는 전북지역 자치단체장 3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황정수 무주군수, 심민 임실군수는 각각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경철 익산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2심에서 각각 500만 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당선되자마자 재판 준비에 몰두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임기까지 끌고 가는 일도 있다. 이러니 지역살림에 신경 쓸 틈이 없다. 문제는 직을 내놓아야 할 단체장이 소송을 질질 끌면서 하세월 행정행위를 하도록 놔두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영(令)도 서지 않고 행정행위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선거법 위반 기소 여부는 6개월 안에 끝내도록 돼 있다. 이런 것처럼 단체장의 선거법 위반 3심까지의 기간도 ‘1년 내 마무리’로 내규화하면 어떨까 싶다. 특히 법리 판단에 치중하는 대법원 심리기일을 늦출 이유는 없다.

 

황숙주 순창군수 부인의 뇌물수수 사례는 좀 묘하다. 군청 기간제 공무원 채용 대가로 지인한테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돼 있다. 인사권도 없는 군수 부인한테 뇌물을 주고 청탁했다면 군수의 인사권과 연동시켰다고 봐야 한다. 단체장 권한과 맞물린 가족의 뇌물수수라면 그 책임도 단체장과 연동시키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단체장의 부인은 물론 아들, 딸에게도 인사·입찰 계약업무 등 비리의 손길이 미칠지도 모른다. 과거 국승록 정읍시장 부인 등 비슷한 사례가 많다.

 

단체장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도 문제다. 업무정지나 보궐선거 등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한 규정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1∼5회 지방선거를 통해 배출된 전국 기초단체장은 1152명이다. 이중 16.8%인 193명이 선거법 위반이나 재임 중 비리로 임기 도중 낙마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외치고 있다. 이 기회에 앞서 지적한 미비 사안들을 제도화하고 선출직들의 도덕성을 강화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보선 원인 제공시 정당의 공천 포기, 보전받은 선거비용 반환, 부정부패 정치인 사면 금지 등 제도적인 보완대책도 아울러 내놓길 바란다.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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