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기념
빈곤대책으로서 실업보험, 공적연금이나 노령수당 등의 사회보장제도는 아직 성숙단계가 아니었다. 최후의 빈곤대책인 생활보호사업은 도입된 지 30여년에 이르고 있었지만, 일부 극빈층에 대한 시혜적, 선별적 구호에서 탈피하지 못한 후진적인 제도였다. 그러기에 IMF 당국도 한국정부에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내걸고 강조했던 것이다.
반면 한국에 앞서 경제위기를 겪었던 영국에 대해 IMF는 사회보장의 축소를 구제금융 제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요했었다. 그러나 4대 사회보험 제도와 노령수당 등 빈곤대책으로서 그 중요성이 훨씬 큰 사회보장 부문의 개혁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당시 정부와 시민사회진영이 주력한 사회안전망 개혁은 우선 현저하게 드러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공적부조제도에 집중되었다.
시민운동 진영의 강력한 촉구운동을 바탕으로 마침내 1999년 9월 7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은 빈곤을 국가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복지수급을 권리로 인정하며, 전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할 뿐 만 아니라, 자립자활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 것이었다. 이 날을 기념하여, 2000년부터 9월 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제정하였다.
한편 올 7월부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복지문제를 맞춤형으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여러 복지급여를 전부 받을 수 있느냐 혹은 아무 급여도 못받느냐 라는 양극단의 선택지들만 있었다. 맞춤형 복지는 급여 종류별로 자격요건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음으로써, 보장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회복해야
사회복지의 날 제정 이후 열 여섯해가 지났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도 많은 복지 과제들이 놓여있다. 특히 사회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은 우리사회의 존립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복지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복지지출은 경제개발협력기구 30여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감정노동으로 기진맥진하는 복지종사자들의 반수 이상은 비정규직으로서 그 자신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적정한 처우를 보장하는 대신 여전히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담대한 사회개혁의 구상이 만들어지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 즉,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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