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사업 예산 차별적 배분 / ‘신 지역주의’ 극에 달했는데 야권은 갈기갈기 찢겨 네 탓만
지역감정을 자극한 백미는 현역 국회의장이었던 이효상의 발언이다. “신라 1000년만에 나타난 박정희 후보를 다시 뽑아 경상도 정권을 세우자. 쌀 속에 뉘가 섞이면 밥이 안되는 법이다. 경상도 표에 전라도 지지표가 섞이면 조가 섞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대중에게 표를 줘서는 안된다”(1971년 대선 대구 유세)
이런 류의 비이성적인 천박한 발언이나 ‘우리가 남이가?’ 식의 부산 초원복국집 발언(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 전 대통령 비서실장) 따위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행태는 오늘 날엔 용납되지 않는다.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골화된 언어만 사용하지 않을뿐 지역차별적 행태는 진행형이다. 이른바 ‘신(新) 지역주의’다. 인사 사업 예산 등에서 호남 홀대가 극에 이르고 있는 것도 이런 범주에 든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대선 공약인 인사 대탕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100% 대한민국’ ‘5000만 국민행복플랜’을 약속한 터라 믿음도 강했다. 미생지신(尾生之信)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약속과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박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공약과 약속은 허언이 되고 있다. 국정 안정을 이유로 인사 대탕평의 가치가 유보될 당시엔 “시일이 흐르면 호남 인재를 중용할 것”이라는 해명으로 성난 호남 민심을 다독였다. 이후 여러 차례 인사가 단행됐지만 인사 대탕평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전북의 인재는 이제 씨가 말라 있다는 자조가 하늘을 찌른다.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동서화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한 것도 바로 박 대통령이었다. 이 가치는 정치적 힘이 있는 세력의 배려가 전제돼야 실천 가능하다 . 그런데 오히려 정치적 힘을 이용해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고 특정 지역의 반감을 양산해 내고 있다.
국도 고속도로 철도 등 지역발전의 핵심 인프라인 SOC 분야가 그런 경우다. 기획재정부가 최종 확정한 내년도 SOC 예산은 대표적인 호남 차별적 사례다. 영남은 국토교통부 예산안보다 7015억 원이 늘어난 반면 호남은 569억 원이나 줄었다. 또 기재부는 국토교통부 편성 예산(10조 678억 원)보다 4225억 원이나 증액시킨 뒤 이중 72.5%(3064억 원)를 대구에 배정했다.
총선을 겨냥한 특정지역 밀어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최경환 의원이고 최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경산시와 청도군이다. 반면 전북과 전남은 각각 816억, 143억 원이 깎였다. 새정연의 김윤덕 의원이 분석한 내용이다.
전남 광주지역도 호남 홀대를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 최대 역점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 정부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고 ‘2019 세계수영대회’도 국가예산 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의 박 대통령 참석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이 국책사업의 성공을 공약한 터라 안타까움이 더 큰 모양이다.
이효상 김기춘 식의 쓰레기 같은 ‘언어폭력’만 사용하지 않고 있을뿐 호남 홀대와 소외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래 갖고는 ‘100% 대한민국’ ‘5000만 국민행복플랜’은 언감생심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호남지역의 정치력, 정치 리더들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정치적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총선과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하나로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터인데 야권은 갈기갈기 찢겨 있다. 서로 손가락질만 해댈뿐 내탓이라는 지도자, 자신을 내려놓는 지도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기중심적 행태와 야권의 분할적 구도는 미래를 더 암울하게 만든다. 이젠 회초리가 아니라 뭉둥이를 들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