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본연의 기능 외에도 경제·관광 등 다원적 역할 / 농촌의 가치 재평가해야
배추, 무, 양파 등 우리 농산물들이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회자되어 농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농민과 전문가들은 농산물가격의 특성으로 인한 일시상승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이해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농민들은 계절적 특성으로 3000원 정도하는 배추 한 포기는 가족들에게 일주일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데 매일 커피 한잔 값으로 3000~4000원을 쉽게 지불하면서 농산물만 탓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심(農心)을 멍들게 하는 것은 우리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잘못된 우리의 인식이다.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착시현상으로 국내농업은 생산비가 높아 경쟁력이 낮으므로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먹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단순 논리와 농업과 식량이 갖는 경제·사회적 중요성,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편협한 시야에 불과하다.
농업은 식량 자원이라는 특수성과 식량주권의 안보와 연관된다. 공산품은 가격이 급등할 때 소비를 늦춰도 큰 문제가 없지만, 식량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를 늦출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식량의 문제는 단순히 생산품만이 아닌 안보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은 식량안보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곡물자급률이 24%로 낮은 국가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식량안보는 작황부진, 곡물가격 급등 등으로 국제곡물시장이 혼란할 때 중요해지므로 기초식량을 해외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특히, 기상이변 등의 요인으로 세계곡물 생산이 감소할 경우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곡물자급률이 매우 낮은 곡물 수입국에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쌀 수출 국가 1위 태국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줄어 국제 쌀 가격을 상승시켜 국제 곡물시장이 혼란이 올것이라는 예측도 이러한 연유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곡물을 해외 조달에 거의 의존하지 않으며 식량안보를 위해 높은 수준의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품종개량과 기술개발의 발달로 농업생산성이 향상되고 국내산 농산물의 공급은 증가했으나 시장개방 확대로 소비의 상당 부분이 수입농산물로 대체되면서 국내산 농산물 수요가 위축되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산 농산물의 실질가격이 하락하였고, 정부와 농업인의 자구노력에 의한 농업의 발달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업인의 소득증대보다는 소비자후생을 높이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해 온 것이다. 농업은 농산물의 생산과 공급이라는 본연적 기능 외에도 환경보전 및 농촌공동체 유지 등 사회경제적 기능과 자연관광 기능 등 다원적 역할을 하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의 생명산업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농민의 땀과 노력이 있다.
더 이상 우리 농산물을 물가상승과 소비자 가정의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몰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가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에 대한 가치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재평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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