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과 웃지 않는 사장님
#표지.
영세자영업과 웃지 않는 사장님
#1.
사장님이 늘었습니다.
전북지역에서 임금노동자가 아닌 사람 중 자영업자는 27만5000명.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만9000명이나 늘었습니다.
사장님은 사장님인데, 직원이 없네요.
올해 늘어난 자영업자 1만9000명 중 고용 없는 영세자영업자가 1만5000명이나 됩니다.
#2.
자영업자 27만5000명 중 영세자영업자가 22만 명. 8할입니다.
임금을 받지 않고 집안 사업을 거드는 가족, 그러니까 ‘무급가족종사자’도 2000명 늘어나, 총 6만8000명이 됐습니다.
#3.
특이한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는 자영업자가 지난해에 비해 9만8000명이 줄었고, 무급가족종사자도 5만6000명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4.
왜 이러는 걸까요?
#5.
전북지역은 최근(올 2월 기준) 생산이 5% 줄었고(전국은 2.4% 증가), 수출은 14.8%나 줄었습니다(전국은 14.6% 감소). 특히 자동차 수출이 53.1%, 정밀화학원료 수출이 89.1%, 건설광산기계 수출이 47.7%나 줄어들었습니다.
#6.
고용률은 55.7%. 이것도 전국 평균 수준(58.7%)에 못 미칩니다.
#7.
간신히 취직해도 노동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도내에서 6797명이 총 245억1800만원의 임금을 체불 당했습니다.
#8.
그렇다보니 도내 청년의 길은 두 가지뿐입니다. 공무원을 노리거나, 창업을 하거나.
올해 전북도 지방공무원 8·9급 임용시험 경쟁률은 평균 19대 1.
여기에 50대 지원자도 59명이었습니다.
#9.
직장에서 내몰린 40~50대나 퇴직한 60대에게는 자영업은 유일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정모 씨(41·전주시 평화동)는 “회사생활과 자영업 둘 다 경험해봤지만 중소기업에 다시 취직하면 박봉·격무에 시달릴 것 같아요. 자영업이 힘들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내 사업’을 하는 것밖에 없네요.”라고 말합니다.
#10.
이렇게 ‘내몰려서’ 하게 된 ‘생계형 창업’은 ‘성공’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난해 도내 개인사업자 평균 소득은 2140만원. 전국 평균 2940만원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뒤에서 두 번째’ 수준입니다.
#11.
지난 2003년~2012년 10년 동안 개인사업자 31만3684명 중 남아 있는 사업자는 4만7298명이었습니다.
#12.
이렇게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비정규직·10인 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료 감면이 거론됩니다.
#13.
이와 함께 부동산 월세, 권리금 등에 대해 영세자영업자의 권리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모 씨(41·전주시 효자동 분식집 운영)는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는 부동산 임차인인데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전무하다”고 말했습니다.
#14.
불황과 고용절벽이 낳은 영세자영업 전성시대. ‘절박하지 않은 삶’을 살 권리를 바라는 것은 정녕 ‘사치’인 걸까요.
기획 신재용, 구성 권혁일, 제작 이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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