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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

언론·종교·교육계, 인사 청탁·이권 개입 자유롭지는 못할 것

▲ 객원논설위원

새해 첫머리가 밝았어도 나라는 여전히 어둡다. 매일 감당해야 할 놀람과 충격은 조금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6년 한 해, 우리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하나씩 알몸을 드러내면서 일상은 올 스톱 되는 듯 했다. 눈과 귀가 온통 TV 생중계에 머물렀고 국민들의 분노는 1000만 촛불의 기적으로 나타났다.

 

나도 집에서 TV 앞에 있기가 너무 미안했다. 광화문까지 나가기는 무리여서 전주 객사 쪽을 택했다. 전국적으로 헌정사상 최대라는 232만 명이 운집한 지난 12월 3일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담화에 단단히 뿔이 나 있었다.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는 주장이 더 큰 반발을 산 것이다.

 

그 날 전주에만 2만 명이 모였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객사-세이브 존-시청-오거리-풍남문으로 행진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재벌도 공범이다”가 주요 구호였다. 그리고 마지막 행사로 풍남문 옆 광장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대부분 중고생들이 나와 현 시국을 성토했다. 공부와 시험에 매몰된 줄 알았는데 유머와 풍자를 곁들여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국가권력의 사유화다. 그것도 공익의 최고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이 한갓 강남 아줌마인 최순실과 한 몸이 되었으니 말해 무엇 하랴.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재벌기업 오너들까지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냈다. 국회 청문회는 그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2300년 전, 맹자는 제자 공손추가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피사( 辭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말) 음사(淫辭 음란한 말) 사사(邪辭 사악한 말) 둔사(遁辭 책임을 회피하려고 억지로 꾸며서 하는 말)가 위정자의 마음에서 생겨날 때는 반드시 그것이 말에 그치지 아니하고, 그 나라의 모든 사업에 해악을 끼친다. 이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한 마디로 정치가의 위선과 거짓은 나라를 망친다는 뜻이다. 지금 시국에 딱 맞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10차례에 걸쳐 1000만 명이 촛불을 들어도 아직 나아진 것은 없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계속되고 있다. 생활 속에 터 잡은 힘 있는 자들의 특권과 반칙, 부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처방은 무엇일까. 특권의식과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선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과 개인적 자각이 그것이다. 정경유착, 뇌물스캔들 등 제도적 부패(systemic corruption)는 검찰개혁이나 공수처 신설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김영란 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건 개인이 양심의 소리에 귀를 여는 자각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 사회에 소금이 되어야 할 언론계 종교계 교육계가 그렇다. 이들 가운데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언론계의 경우 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깨끗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주변에는 말이나 글과 행동이 다른 경우를 많이 본다. 남의 허물을 들추고 칼날을 들이 대면서 정작 자신들은 인사 청탁, 이권 개입을 당연시 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 또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강한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공동선(共同善)’ 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의’라는 것이다. 또한 심리학자 아들러는 ‘타자(他者) 공헌’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만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최순실이 수천 억 원을 빼돌려 호주머니가 두둑해졌다고 행복할까?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부정으로라도 입학해서 행복할까?

 

이번 게이트가 스스로 촛불을 켜 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을 몰아내는 계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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