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모든 것 걸지말고 기업인들 과감한 투자 등 각 분야 지도자 역할 중요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국내정치도 혼돈 속에 있다. 국제적으로는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부상하고, 공명정대한 질서를 목표로 하는 지도자들은 물러나고 있다. 양혜왕이 「어찌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何以利吾國)」하니 이상주의자였던 맹자는 인의(仁義)도 있는데 리더가 이익부터 얘기하면 세상이 혼란해진다고 했다.
갓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자는 게 아니고, 다른 나라들이 손해 보더라도 미국의 이익부터 챙기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내부권력기반을 강화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 동안 축적된 중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중화패권적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목적달성을 위해 주변국들을 논리로 설득하기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집권한 메이 총리도 유럽 전체의 이익 보다 영국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에 주요 선거가 있어 이런 경향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하던 세계 경제가 위협받게 되었다. 보호무역은 모든 국가들의 경제를 위축시키지만, 자유무역에 힘입어 도약해 온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 갈등이 심해지면 그 동안 세계평화를 지탱해온 집단 안보체제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공해왔던 「맏형 노릇」을 거두어들이면 세계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으로 미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 측면도 있다.
어쨌든 실리콘밸리로부터 온 세계에 전파되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퇴조하고, 워싱턴으로부터 「너 죽고 나 살자」는 제로섬 게임이 확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국일방주의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했던 오바마 같은 지도자가 그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내적으로는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현 정부의 추문 때문에 국정이 마비된 상태다. 긍정적인 측면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광장의 민심이 정치를 밀어 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의 충돌과 타협 속에서 차선의 결과를 나을 뿐이다. 대통령도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출되지는 않는다. 패거리 싸움에 이기는 사람이 선출된다. 다행히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필요한 시기에 적합한 정치지도자들이 나왔고, 지도자들이 잘못할 때에는 야당과 언론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반국민들이 마뜩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후보들의 기반이 되는 정당들에 대해서도 믿음직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정치가 중요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문제다. 정치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언론인도 공직자도 정치만 바라보지 말고 사명감을 가지고 「영혼 있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기업가들이 배고픈 시절 앞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채수찬 교수는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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