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골짜기 깊숙한 곳 한 작은 연못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한강이 되었다. 17C 영국의 천문학자들이 천문지도(별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리니치천문대 벽에 자오선을 그었는데 당시 아무렇게나 그었을 그 선이 오늘날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를 나누는 본초자오선의 뿌리가 되었다. 우연한 현상이나 작은 행위가 이처럼 큰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공감·감동 많아야 의미있는 삶
책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귀 하나를 보았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살고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었다. 한 줄의 글귀에서 문득 삶의 소중한 부분들을 놓치며 살고 있다는 자각이 일었다. 선방에서 졸다가 어깨 위로 내려쳐진 죽비 같았다.
그 말을 메모지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이후 공감이 가는 글귀가 있으면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하나 둘 늘더니 어느 덧 200여 개의 메모지들이 사무실 차단막 한 면을 거의 다 메웠다. 그것들을 소재로 해서 글을 써도 인문학에 관한 책 한 권은 거뜬할 것이다. 그 메모들 중에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글자 색이 바란 것도 있다. 시간의 흔적이다. 그래서 잉크색이 옅어져 백지만 남은 것들은 감각과 머리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타의 글들을 모두 아우른다 싶은 작자 미상의 글이 하나 있다. 제목이 ‘인생의 황금률’이다. 그 글귀들 하나하나가 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일종의 공통원리 같았다. 화려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평범한 글 속에 일상의 지혜가 다 망라된 듯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네가 열었으면 네가 닫아라. /네가 켰으면 네가 꺼라. /네가 자물쇠를 열었으면 네가 잠가라. /네가 깼으면 그 사실을 인정하라. /네가 그걸 도로 붙일 수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라. /네가 빌렸으면 네가 돌려주라. /네가 그 가치를 알면 조심히 다루라. /네가 어질러 놓았으면 네가 치우고 네가 옮겼으면 네가 갖다 놓아라. /다른 사람의 물건은 허락받고 사용하고 작동법을 모르면 그냥 놔두라. /네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라. /깨지지 않았으면 도로 붙여 놓으려고 하지 말라.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해주는 말이라면 하라. /누군가의 명성에 해가 되는 말이라면 하지 말라. /천국에 가고 싶으면 천국부터 생각하라. /성공하고 싶으면 성공의 결과를 마음속에서 먼저 보라.”
단순하고 평이해서 진솔함을 더 한다. 그 잔잔한 울림이 공감의 정도를 넘어 어느덧 일상생활의 지침이 되었다. 인생의 행로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소중한 것일수록 가치기준은 주관적 경향이 짙다. 그런데 더 의미 있는 삶이 되려면 공감이나 감동하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우연히 접한 오스카 외일드의 금언이나 ‘인생의 황금률’처럼.
우리가 만든 공동체에는 존중하고 지켜야 할 질서와 약속이 있다. 밀림의 법칙과 다른 점이다. 누구도 그 질서와 약속을 해하려 해선 안 된다. 거짓을 하고 신뢰가 무너지면 갈등을 부르고 시궁창이 된다.
그런데 시절이 하 수상하다. 요즘처럼 의문이 많은 때에는 ‘인생의 황금률’이 판단과 행동의 한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보편의 일반의지를 통해서 공동체 가운데서 구현해야 한다”는 장 쟈크 루소의 말도 상기해 보자.
거짓 하고 신뢰 무너지면 갈등 불러
눈으로 보는 별 바라기는 캄캄한 밤하늘이라야 한다. 그런데 진정한 별은 우리의 의지와 의식 속에 늘 잠재되어 있다. 잠들어 있지 말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인생의 황금률’을 보았더라면, 아마도 그의 고뇌가 덜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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