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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그리움이다

▲ 박영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밤 바다를 바라보았다.

 

밤에도 바닷길은 열려 있는지? 짠 내음을 가득품은 밤바람은 별을 쫓고 쫓지만 소금 젖은 몸이 가볍지만은 않은 듯 무겁게 움직이고 있었고 많은 슬픔의 몫을 감당 해야만 하던 그 복판을 지나면서 바람은 침묵과 외로움으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저렇게 바람이 더딘걸 보니 물밑 파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는 끝내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나보다.

 

관계와 그리움들은 모두 다 행복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들이 서로 관련을 맺는 것이 관계이고,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 그리움이라고 우리말 사전에 나온다.

 

허나 내 사전을 열어보면 관계는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음악이라 말하고 싶다.

 

바람도 얼어버린 황폐한 들판에서 가뭄에 말라버린 풀 한포기처럼 포기할 수 없는 어두운 꿈을 쥐고서 겨울 들판 어디에선가 무겁게 힘들어했던 때가 있었는데….

 

마치 스산한 밤거리 길 모퉁이에 이리 저리 나 뒹구는 신문지조각처럼 존재의 하찮음으로 처량해져 눈물 흘렸던 때가 있었다.

 

살아가면서 누군들 그러지 않았을까?

 

고통이란 타인에게서 받는 것 보다 스스로 만드는 것이 더 아프고 무거운 것이라 했듯이…. 그렇게 스스로 만든 고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픔 속에서도 지워 버릴 수 없는 흉터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자리 잡은 소중한 관계들 이었고 그것들로 인한 지치지 않는 그리움 이었다. 오늘에 와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와 그리움들은 모두가 다 행복이다. 지금의 몸과 마음이 건강함으로 인해서 더 많이 그리워할 수 있고 더 단단해진 소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마음 부대끼며 보이는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던 시절에 지상에 방 한칸을 얻기위해 애쓰는 현실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워서 모든 미련을 내려놓은 시절에….

 

꽃피는 봄날과 따스한 희망의 꿈으로 여전히 아름다웠던 내가 알았던 그들이 이밤에 그리워 진다

 

지금 만나면 말없이도 아름답게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허위는 증발하나 진실은 남는다며 사회적 진실의 현상을 참지 못해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 여러가지의 고민으로 힘들어했던 때도 있었고, 커피는 이왕이면 손맛이 살아있는 핸드 드립커피가 좋다면서 사뭇 진지한 자세로 커피를 내려주던 친구도 있었다. 핸드 드립 중에서도 추출 시간이 느려 물과 커피가 접촉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 농도가 진하고 깊은 맛을 뽑아주는 커피가 제격이라며 제법 전문가 같은 솜씨로 내려 주었던 친구.

 

지금 만나면 종이컵에 일회용 커피를 마시면서도 진실의 무게를 이야기 할수 있을텐데…. 이 늦은 밤 무거운 밤바람 속에서 그 친구의 커피가 그리워진다.

 

음악이 있어 그리움은 더 빛나고

 

지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맺어온 관계가 어디 이 뿐일까?

 

막 중년을 들어서기 전 시절부터 늘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음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지금 내가 생활하는 곳에 가장 풍족한 것이 있다면 관계와 음악이다.

 

나는 ‘관계’라는 벽을 만들어 수도 없는 ‘그리움’의 액자를 만들어 걸어놓고 살아가고 있다. 바흐,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등…. 거기에 그들의 음악이 있어 그리움들은 더욱 빛이나고. 과거로 부터의 모든 관계가 그리움이고 지금의 모든 관계가 그리움이며 앞으로의 모든 관계 또한 그리움이다.

 

나에게 있어 “관계는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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