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돌아가 이념적인 잣대로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일이 없는 문화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도종환 의원이 13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공연 후 열린 ‘예술검열’ 주제 대담에서 한 발언이다. 그가 정치에 참여하면서도 시를 계속 써온 현역 시인이자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인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논란을 제기한 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장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새 정부 출범, 검열없는 사회
홍준표 후보는 정권의 판단에 따라 국책지원사업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 하는 식으로 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이제 새 정부가 섰으니 검열 없는 창작환경을 보장하는 것에서 문화예술 진흥의 르네상스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정당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공약은 비중도 약하고 안보 노동 등의 ‘굵직한’ 이슈에 밀려 정책 발표의 시기와 세부적 깊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기에 민관 협력형의 문화예술 장기비전을 담은 〈창의한국〉이 나온 적이 있는데 새 정부에서는 예술창작자들과 향유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모아가며 그보다 훨씬 진전된 정책들이 세워지고 적극 시도되기를 바란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화창작 환경을 위한 입법과 제도 보완을 약속하며 관련기관 독립성 강화-문화관련 기관장 인사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추천를 받겠다는 문재인의 약속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난 정부들에서는 권력과 가까운 인사가 문화계의 지원 예산 배분권을 틀어쥐고 문화계를 농락해왔다. 또 다른 권력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부처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고 잘못된 일에 관여해온 관련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문화계 내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처방이다. 문화예술에서부터 중심- 주변, 상부-하부, 지시-추종의 낡은 관계를 혁파해야 한다.
문화에 균형과 발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문화는 됫박을 고르게 깎아치는 균형의 영역이 아니고 수치를 들이대며 지표 달성을 확인하는 계량 중심적 사고와 연결되는 ‘발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나 고갈난 바닥을 채워 평형수를 채우는 정책이 먼저 시도되어야 한다. 예술인들의 권리보호, 복지를 기본으로 깔면서 문화시장에서의 독과점 해소, 주류 장르에 치여온 무용, 연주, 국악 분야 등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소수 장르를 북돋아주는 정책을 써야 한다.
문화에도 균형발전을
문화향유의 격차가 엄연한 데 이를 현실적으로 줄여가는 정책들도 매우 중요하다. 개인들 모두가 창조성을 맘껏 발휘하게 하는 예술교육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소득, 지역, 연령에 따른 문화소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문화기반시설 지역 간 불평등을 〈문화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지역문화진흥법, 문화기본법 제정을 약속하고 문화예산을 2%대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문화정책은 잘 잡은 방향이다. “사물이 보다 낫고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감”이라는 발전 본래의 어의에 충실한다면 ‘개발’을 넘어 성장과 진보를 아우르는 말이기에, 문화발전은 매일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문화예술의 본성에 더욱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품격있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가 새 정부의 국정 비전 중 핵심요소로 자리잡아 군비보다 문화! 예술로 평화! 가 구현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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