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냉장고’가 유행한 지 20년을 뛰어넘어 최근 ‘나눔냉장고’가 유행이다. 양심냉장고가 냉장고를 상품으로 걸어 ‘양심’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면, 나눔냉장고는 냉장고를 매개로 ‘나눔’의 정신을 앞세운다. 냉장고 자체와 냉장고를 채우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두 냉장고에 담긴 뜻과 지향하는 정신은 비슷하다.
‘나눔냉장고’는 신선한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의 특성을 활용한 나눔운동으로, 전국적으로 그 반경을 넓히고 있다. 부산 감천1동에서는 ‘우렁각시 나눔냉장고’라는 이름으로, 광양시 중마동에서는 ‘나누고 채워지는 나눔냉장고’로, 경기도 오산에서는 ‘누구나 나눔냉장고’ 등으로 음식나눔운동을 펴고 있다. 도내에서도 올 연초 완주군 이서면에서 ‘행복채움 나눔냉장고’사업을 시작했으며, 그 뒤를 이어 익산시 어양동행정복지센터에서도 ‘한소반나눔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나눔냉장고’의 출발점은 독일의 음식공유운동(Food Sharing)이다. 2011년 음식쓰레기의 심각성을 고발한 ‘쓰레기를 맛보자’(Taste the Waste)라는 다큐멘터리 상영을 계기로 나눔냉장고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휴가 갈 때 냉장고를 비우거나 파티가 끝난 후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대신 나눔냉장고에 채우는 형태로 자리잡게 됐단다. 독일의 경우 이 운동을 통해 윤리적인 소비 혹은 음식물쓰레기 감소를 통한 환경보호쪽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분위기다.
아직 대중화가 덜 된 우리의 경우 ‘냉장고나눔’이 시혜적 성격이 강하다. 각 가정에서 먹던 음식을 내놓는다는 것도, 남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그리 흔연스럽지 못한 게 우리의 실생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끼니 해결이 어려운 가정에 냉장고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 가치가 적지 않다. 최근 이서면의 ‘행복채움 나눔냉장고’에 ‘이 냉장고가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적힌 메시지가 화제가 되고 있단다. 나눔냉장고에 얽힌 감동들이 이어져 더 크게 진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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