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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기

재창업 지원과 활성화는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 도전정신의 안전판 역할

▲ 김형수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본부장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달리다 보면 죽도라는 섬에 다다른다.

 

선착장에서 내려 가파른 길을 오르면 폐교가 보인다. 학교 이름 대신 허밀청원(虛密淸圓) 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이 말은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는 뜻인데, 언뜻 생각하기에도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곳은 지금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연수원으로 재기기업을 위한 힐링캠프 교육이 열리는 곳이다.

 

재기교육을 위한 연수원답게 음주·담배는 물론 핸드폰과 TV도 금지한다. 거친 자연환경에 맞서 1인 텐트에서 생활하며 1일 2끼로 해결한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명상과 등산을 하고 종일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내적치유 교육을 한다. 한번 입소하게 되면 4주에 걸쳐 이러한 고단한 교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난 재기 기업인들의 공통점은 사업실패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보다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는 않다. 처음 1~2주일 정도는 실패로 인한 분노와 좌절, 억울함, 불안감, 무기력 같은 심리적 상처와 생활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 등으로 내면에서 강력한 저항이 일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성찰을 통한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살아나면서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커다란 통찰을 일으킨다. 노자의 ‘지식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 지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이 통찰 지혜는 대단한 치유력을 갖고 있다. 재기를 준비하는 기업인에게 이 교육과정을 권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업실패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 같은 심적 고통과 사회적 압박을 온몸으로 받는다.

 

사업의 실패는 대표자 개인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 문제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사회의 건강성과 산업의 미래를 위해 공동체가 공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축적의 시간> 저자인 서울대 이정동 교수의 “시장에서 실패는 전형적인 양(+)의 공공재이다”와 실패학의 창시자 요타로 도쿄대 교수의 “있어서는 안 될 실패도 있지만, ‘필요한 실패’도 있다, 실패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이를 공유함으로써 집단의 지혜를 쌓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점이 우리가 정직한 실패 기업인에게 공감해야 할 부분이다.

 

그간 우리 산업과 사회는 30년 간 선진기술을 벤치마킹하거나 완성된 시스템을 빨리 받아들여 가시적 성과만 요구하며 성장했다. 그 결과 물리적 성장만 중요하고 실패를 기반으로 하는 시행착오가 인간중심의 다양한 경험으로 축적되는 사회적 관용이 부족했다. 이는 기술 선진국이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이유가 바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문화, 기업의 활동을 IT기술과 다양하게 접목하는 개개인의 시행착오가 축적된 경험의 부산물이란 점에서 우리를 각성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실패는 공공재이며 빅 데이터이다. 축적의 시간이 짧은 우리 산업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많은 실패중소기업인의 재기이다.

 

전북중기청과 중진공전북본부에서는 재창업자 지원을 위해 조만간 재창업협의체를 발족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표적 재기지원사업은 재도전성공패키지, 힐링캠프, 재창업정책자금이 있다. 이 중에 재창업자금은 전북에서 2010년 이후 70개 기업에 220억 정도가 지원되었으며 이를 통해 실패를 딛고 안정적 사업을 하는 기업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라면조리기를 생산한 D사와 특장차 기업인 K사 등이 있다.

 

재창업의 지원과 활성화는 재창업자뿐만 아니라 청년창업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갖게 하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재기기업인에게 맹자의 ‘하늘이 어떤 사람을 선택하여 큰일을 맡길 때에서는 반드시 역경과 시련을 먼저 주어 단련을 시킨다’는 천강대임(天降大任)의 뜻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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