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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민주의 강물

세계가 경탄했던 촛불시위로 국정 농단한 정부가 막 내리고 이제 나라다운 나라로 이어져

▲ 전일환 전 전주대 부총장

요즘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팬들에게 인기리에 다가서고 있다. 일제 때 왜놈들에게 정신대로 잡혀간 조선여성들이 겪었던 처절한 아픔과 고통을 영화화한 <군함도> 와 1980년대 신군부가 10·26 사태 이후 정권을 탈환할 목적으로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공산세력으로 공작하여 수천 명을 무참하게 살육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택시운전사> 가 그것이다.

 

<택시운전사> 는 1980년 5월, 독일 제1공영방송국 위르겐 힌츠페터(Jurgen Hinzpeter 1937-2016)기자가 도쿄지국에 근무하던 중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일으킨 광주민주화운동현장의 참상을 촬영한 필름을 독일 함부르크 뉴스센터에 전함으로써 같은 해 9월 ‘기로(岐路)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전 세계에 보도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적군도 아닌 국군의 총에 맞아 처절하게 죽어가는 시민들의 아우성과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쓴 기자의 직업적 열정도 무한한 감동이었다. 그 무엇보다 과자를 넣은 금속캔에 촬영필름을 위장포장하여 본사로 보내기 위한 쫓고 쫓기는 장면은 정말 숨 막히는 스릴의 연속이었다.

 

그런 전두환이 최근 <전두환 회고록> 을 출간하였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 관련 집단과 참가자들을 비하함으로써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 판매와 배포금지처분’을 내렸다.

 

검찰도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을 조직하고 <전두환 회고록> 을 발간한 출판사를 상대로 인세채권에 대한 압류와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 인정을 받았다.

 

결국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추징금 2205억원 선고를 받았으나, 1151억만 납부한 후, 이젠 재산이란 ‘지갑에 있는 29만원 밖에 없다’라는 희학(戱謔)적인 어록을 남긴 자로 더 유명하다. 장기독재정권이 끝나고 ‘3김’으로 촉발된 참 민주주의의 꽃봉오리가 채 피기도 전에 전두환 등 신군부에 의한 엄동설한 속에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서 영국의 <더 타임즈> 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란다는 건 전봇대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 비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4·19혁명 21주년을 맞은 1981년 4월 20일자 <동아일보> 는 ‘우리는 4·19를 놓고 혹자는 혁명이라고 하고, 혹자는 의거라고도 한다며 착잡한 감회의 교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 술회하였다.

 

그러다가 노태우정권 때 국민들의 목숨을 건 민주화의 봇물에 밀려 전두환의 통일주체 국민 대의원제의 대통령선출방식이 폐기되고,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로 복원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경탄했던 한국인들의 촛불시위로 국정농단의 정부가 막을 내렸고, 지난 5월 19대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나라다운 나라로 이어지고 있다.

 

37년 전 5·18 때 아버지를 잃은 딸 김소형이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에 들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자, 같이 눈물을 쏟던 문대통령이 나아가 퇴장하던 유족을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이 어제런 듯 생생한 잔영으로 맴돌아든다. 정녕 우리나라는 이 세상 그 어떤 잔혹 무도한 압제로도 도도한 민주의 강물은 막을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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